역대 최대 폭등일에 벌어진 ‘극과 극’ — 외국인은 담고, 개인은 던졌다
2026년 7월 3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01.89포인트(17.91%) 급등한 6,595.45에 마감하며 일일 기준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복판인 2008년 10월 30일(11.95%)의 기록을 18년 만에 갈아치운 ‘역사적인 하루’였다.
그런데 이 날 벌어진 더 극적인 장면은 지수가 아니라 투자자별 매매 동향에 있었다. 외국인은 8조6,000억 원을 쓸어 담으며 역대 최대 순매수 기록을 세웠고, 개인투자자는 10조4,00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썼다. 같은 시장, 같은 날, 정반대의 선택이 동시에 벌어진 것이다.
코스피 역대 최대 폭등일에 외국인은 역대 최대로 사고, 개인은 역대 최대로 팔았다 — 한 시장에서 세 개의 ‘역대 최대’가 동시에 나왔다.
숫자로 보는 7월 31일의 투자자별 명암
| 투자 주체 | 순매수/매도 금액 | 비고 |
|---|---|---|
| 외국인 | +8조 6,000억 원 | 역대 최대 순매수 (기존 1위 5/4 3.9조의 2.2배) |
| 기관 | +1조 3,000억 원 | 외국인에 동조, 보조 매수세 |
| 개인 | -10조 4,000억 원 | 역대 최대 순매도 |
외국인 순매수의 핵심은 삼성전자(2조1,000억 원)와 SK하이닉스(3조6,000억 원) 두 종목이었다. 7월 1~30일 동안 SK하이닉스 11조, 삼성전자 7조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폭락의 주범이었던 외국인이 마지막 날 방향을 180도 틀었다.
왜 같은 날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나
외국인이 되돌아온 세 가지 이유
첫째, 빅테크 실적이 AI 투자 지속을 확인시켰다. 간밤 아마존은 올해 AI 설비투자를 2,000억 달러에서 2,200억 달러로 상향했고, 메타도 설비투자 하한선을 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투자 규모를 유지하며 AI 지출 확대 기조를 재확인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한 근본적 우려가 완화된 것이다.
둘째,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관련주에 레버리지 투자를 확대한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어웨어니스’가 시타델에 포트폴리오를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JP모간도 “레버리지 ETF 헤지 물량 매도가 거의 끝났고, 헤지펀드도 약 90%까지 차입 축소를 마쳤다”고 분석했다.
셋째, 밸류에이션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있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배를 밑돌았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외국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바겐세일’이었다.

개인이 10조를 팔아치운 이유
3주간의 공포가 극한에 달했다. 7월 코스피 고점(9,114.55)에서 저점(5,593.56)까지 낙폭은 38.6%에 달했다. 사흘 연속 폭락(28일 -10.84%, 29일 -5.98%, 30일 -1.23%) 뒤 맞이한 31일의 폭등은 많은 개인투자자에게 ‘탈출 기회’로 여겨졌다. 급등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개인의 약 8조 원(KRX 기준) 순매도 물량의 대부분을 외국인이 소화하고 있다”며 “급등에 차익 실현 나선 개인 물량을 외국인이 받아내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사흘간 공포에 떨다가, 반등하자마자 물량을 쏟아낸 개인. 그리고 그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낸 외국인. ‘잔인한 7월’의 마지막 날이 보여준 가장 잔인한 장면이었다.
‘잔인한 7월’의 전체 그림 — 한 달간 벌어진 일
| 구간 | 코스피 | 핵심 사건 |
|---|---|---|
| 7/1~7/10 | 9,114 → 8,200대 | AI 거품론 부상, 외국인 매도 시작 |
| 7/11~7/20 | 8,200 → 7,000대 | 중동 긴장, 중국 반도체 자립 충격 |
| 7/21~7/27 | 7,000 → 6,755 | 레버리지 ETF 변동성 증폭, 헤지펀드 디레버리징 |
| 7/28~7/30 | 6,755 → 5,593 | 3일 연속 폭락(-10.84%, -5.98%, -1.23%) |
| 7/31 | 5,593 → 6,595 | +17.91% 역대 최대 폭등, 3일 낙폭의 86% 회복 |
한 달간 코스피는 고점 대비 27.64% 아래에 있다. 역대 최대 폭등을 기록했음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반전인가, 기술적 반등인가 — 전문가들의 시선
대다수 전문가는 ‘공포의 정점은 지난 것’으로 해석한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AI 관련주 낙폭을 증폭시킨 부채 축소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5,700~5,800선이 지지 바닥이 되는 업사이드 국면을 전망했다.
다만 이날 장 마감 후 일본 낸드 업체 키옥시아가 시장 추정치를 7% 밑도는 영업이익을 발표하며 애프터마켓에서 SK하이닉스 주가가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빅테크 현금흐름 악화 우려, 유가·중동 지정학 리스크 등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어 단기 변동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개인투자자가 기억해야 할 것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공포에 팔고, 탐욕에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움직인 쪽이 이겼다. 7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가 패닉셀에 던진 물량을 외국인이 고스란히 주워 담았고, 최종 수익은 외국인 쪽에 돌아갔다.
물론 이는 결과론이다. 폭락장에서 버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역대 최대 폭등일에 역대 최대 매도’라는 아이러니한 숫자는, 감정적 매매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새삼 일깨워 준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외국인 8.6조 순매수는 어떤 종목 중심인가요?
SK하이닉스(3.6조), 삼성전자(2.1조) 두 종목이 전체 순매수의 약 66%를 차지했습니다. 나머지는 SK스퀘어, 삼성전기 등 반도체 밸류체인에 분산됐습니다.
Q. 개인투자자가 10.4조를 판 건 모두 손절인가요?
반드시 손절만은 아닙니다. 사흘간 폭락 후 반등에 차익 실현한 물량, 신용 반대매매 물량, 레버리지 ETF 상환 물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Q. 이제 바닥을 확인한 건가요?
전문가들은 ‘공포의 정점은 지났다’고 보지만, 추세 전환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코스피 5,700~5,800선 지지 여부가 향후 방향의 관건입니다. 키옥시아 실적 부진 등 변수도 남아 있어 변동성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원-달러 환율은 어떻게 됐나요?
외국인 순매수 등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은 13.4원 하락한 1,424.0원을 기록하며 원화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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