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체가 다 팔았는데, 코스피는 올랐습니다
8월 31일 코스피 시장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한국거래소 잠정치 기준으로 개인이 1,917억원, 외국인이 4,435억원, 기관이 9,096억원을 각각 순매도했습니다. 전통적 3대 투자 주체가 동시에 팔자에 나선 것입니다. 그런데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1.14포인트(0.46%) 오른 6,820.02에 장을 마쳤습니다. 장중 6,547.76까지 3.55%나 밀렸던 지수가 장 후반 상승 전환에 성공한 겁니다.
이 기이한 숫자의 답은 기타법인이라는 수급 항목에 있습니다. 기타법인이 이날 1조 5,43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세 주체의 매도 물량을 고스란히 흡수했습니다. 기타법인이란 기업이 자기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자사주 계정이 집계되는 곳입니다. 한마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인 돈이 시장 전체를 들어올린 하루였습니다.

개장 6분 만에 -3.55%, 그리고 반전
이날 시장은 공포로 시작했습니다. 직전 금요일(현지시간 8월 28일)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9월 금리인상 확률이 35.4%에서 57.0%로 치솟았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47% 급락했고, 이란-미국 간 호르무즈 해협 긴장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6,613.58에 출발해 불과 6분 만에 6,547.76까지 내리꽂혔습니다. 직전 거래일 종가(6,788.88) 대비 241.12포인트, 비율로 3.55%가 증발한 셈입니다. 코스닥도 장중 3%를 넘게 밀렸고, 시장 전체가 투매 분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반전은 오전 중반부터 시작됐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 개시 전 각각 200만주와 65만주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한 상태였고, 분할매수가 꾸준히 들어오면서 반도체 대형주부터 낙폭을 줄여 나갔습니다. 오후 들어 기관의 매도 압력이 줄면서 지수는 결국 양전에 성공했습니다. 임정은·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양대 반도체주 반등과 함께 낙폭을 만회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중 저점(6,547)에서 종가(6,820)까지의 되돌림 폭은 272포인트, 비율로 약 4%에 달합니다. 한 거래일 안에서 이 정도 스윙이 나온 것은 올해 들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입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워시 의장 발언이 매파로 해석되며 9월 금리인상 확률이 57%로 상승했지만, 고용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확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자사주 매입, 얼마나 큰 힘인가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기타법인이 코스피에서 누적 약 10조원을 순매수했으며, 이 중 99%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이 두 종목에서 합산 13조원대를 순매도했습니다. 자사주 매입이 없었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어디까지 밀렸을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날 기타법인의 매수는 9거래일 연속이었습니다. 매일 수천억원 규모의 매입이 꾸준히 들어오면서, 지수가 급락할 때마다 반도체 대형주가 바닥을 다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3,000원(1.17%) 오른 260,000원, SK하이닉스는 21,000원(1.27%) 오른 1,674,000원에 마감하며 코스피 상승에 약 37포인트를 기여했습니다.
금리가 상단을 제약하고, 주주환원이 하단을 지지하는 구조가 가장 제대로 확인된 하루였습니다. —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자사주 프로그램 비교
| 항목 |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
|---|---|---|
| 자사주 매입 규모 | 약 10조원(주주환원 110조 중) | 약 3조원(주주환원 40조 중) |
| 일평균 매입량 | 약 200만주 | 약 65만주 |
| 매입 종료 예정 | 2026년 11월 | 2026년 11월 |
| 8/31 종가 | 260,000원 (+1.17%) | 1,674,000원 (+1.27%) |
| 8/31 지수 기여 | 합산 약 37포인트 (코스피 상승분 전부 이상) | |

나머지 시장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코스피가 양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체감 온도는 전혀 달랐습니다. 코스닥 지수는 4.12포인트(0.49%) 내린 834.29에 마감했습니다. 코스닥에서는 기관이 2,077억원, 외국인이 880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만 2,930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라는 초대형 방패가 없는 중소형주 시장은 매파 충격을 그대로 받아낸 셈입니다.
업종별로도 온도차가 극명했습니다. 전기전자와 화학이 1%대 강세를 보인 반면, 건설(-3%대)·기계장비(-3%대)·금속(-3%대)·통신(-2%대)·보험(-2%대)·증권(-1%대)은 일제히 약세였습니다. 상승종목 수를 보면 코스피 전체의 절반도 안 됐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이 “전면적인 위험자산 선호심리 회복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 컨소시엄과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7%대 급락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다음 달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표 대결 불확실성이 커진 탓입니다.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삼성전기(+2.60%), LG에너지솔루션(+2.16%), 현대차(+1.00%)는 선방했지만, 삼성생명(-1.29%) 등 금융주는 금리인상 우려에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3원 내린 1,368.2원에 거래를 마치며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원화 강세가 수출주 실적 기대를 약간 눌러두는 요인이지만, 외국인 자금 유입의 선결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과거 사례: 자사주가 빠진 뒤의 수급 공백
자사주 매입이 끝난 뒤 주가가 흔들린 전례는 적지 않습니다. 2025년 초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마무리한 직후, 추가 매입 기대가 사라지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가속화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매입 종료 후 한 달간 약 8% 하락했습니다.
이번에도 구조적으로 비슷한 우려가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하루 1,500억원 안팎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데, 11월에 이 매입이 종료되면 그 빈자리를 외국인이나 기관이 채워줄 수 있느냐는 것이 핵심 쟁점입니다. 특히 연준의 금리 기조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돌아올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낙관론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10월 발표 예정)이 반도체 업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SK하이닉스도 HBM4 양산 본격화로 실적 모멘텀이 살아 있습니다. 실적이 뒷받침되면 자사주 매입이 끝나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수급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자사주가 시장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자사주 매입의 역할을 정확히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사주는 수급의 안전판이지, 시장 방향을 결정하는 동력은 아닙니다. 오늘처럼 3.5% 급락을 되돌릴 수 있었던 건, 매도 압력 자체가 패닉보다는 포지션 조정에 가까웠기 때문이지 자사주 매입이 만능이어서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구조의 취약점에 무게를 둡니다. 코스피의 하방이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매입이 멈추는 순간 하방 지지선이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11월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 시장이 자력으로 수급 균형을 찾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연준의 금리 방향이 명확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분기 실적 시즌에서 반도체 업종이 기대 이상의 숫자를 내놓는 것입니다.
다만 이 판단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11월 이후 추가 자사주 매입 또는 배당 확대를 발표한다면, 수급 공백 우려는 빠르게 해소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110조원 주주환원 계획에는 아직 집행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어, 연장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주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첫째, 브로드컴 실적입니다. 이번 주 중 발표되는 브로드컴의 2분기 실적은 AI 반도체 수요의 바로미터 역할을 합니다. 엔비디아에 이어 브로드컴까지 서프라이즈를 내놓으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반등이 가능하고, 국내 반도체주의 숨통도 트일 수 있습니다.
둘째, 미국 8월 비농업 고용입니다. 금요일(9월 5일) 발표 예정인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면 연준 금리인상 확률이 더 올라가며 신흥국 자금 이탈 압력이 커집니다. 반대로 고용이 둔화되면 금리 부담이 줄어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여지가 생깁니다.
셋째, 한국 8월 수출 속보입니다. 9월 1일 발표되는 수출 데이터에서 반도체 수출이 계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수출이 견조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기대를 높여주고,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의 수급 전환 논리에도 힘을 실어줍니다.
FAQ
Q. 기타법인이란 무엇인가요?
한국거래소의 투자자별 매매동향 통계에서 개인·외국인·기관과 별도로 분류되는 항목입니다.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자사주 거래가 주로 여기에 집계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최근 이 항목의 매수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커졌습니다.
Q.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주가가 꼭 내리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단기 수급 지지 역할을 하지만, 매입 종료 이후 주가의 방향은 실적·금리·글로벌 수급 등 여러 변수에 의해 결정됩니다. 다만 매입 규모가 클수록 종료 시점에 수급 공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Q. 11월까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계속 사도 되나요?
이 글은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자사주 매입이 진행 중인 동안 하방 지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 환경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따라 주가는 언제든 방향이 바뀔 수 있습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내리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 한국경제 초유의 개인·기관·외국인 동반 순매도…그런데 코스피는 올랐다 (2026.08.31)
- 머니투데이 삼전닉스 자사주 매입이 받친 코스피…美 실적·고용 주목 (2026.08.31)
- 뉴스핌 ‘삼전닉스’ 자사주가 떠받친 코스피…11월 매입 종료 이후 우려 (2026.08.31)
- 이데일리 외인·기관·개인 다 팔았는데…코스피 떠받친 ‘자사주의 힘’ (2026.08.31)
- 겟뉴스 코스피, 8월 마지막장도 ‘전약후강’… 상승 전환해 6,800대 회복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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ℹ️ 본문의 도표와 인포그래픽은 한국거래소·언론 보도 등에서 확인한 수치를 바탕으로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면책조항: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투자 결과에 대해 필자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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