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코스피가 장 초반 1% 넘게 밀렸다가 강보합으로 마감했습니다. 전 거래일에도 3.55%까지 급락했다가 플러스로 돌아선 바 있습니다. 이틀 연속 ‘전약후강’인데, 매수 주체를 뜯어보면 풍경이 독특합니다. 개인·외국인·기관 세 주체가 전부 순매도인데도 지수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산 쪽은 단 하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계정이 잡히는 ‘기타법인’뿐이었습니다.
9월 첫 거래일, 악재 속 강보합의 속사정
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5.78포인트(0.23%) 오른 6,835.80에 마감했습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지만 장중 저점은 6,750 부근까지 찍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재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고,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쏟아낸 매파 발언의 여파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7%대까지 올라선 상태였습니다. 간밤 뉴욕증시도 다우 -0.7%, 나스닥 -1.2%로 하락 마감했으니 국내 증시가 약세로 출발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런데 장 시작 한 시간 만에 지수가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장 후반에는 전일 종가를 넘어섰고, 결국 이틀 연속 전약후강 흐름을 연출했습니다. 비결은 수급표 맨 아래에 있습니다.

누가 팔고 누가 샀나 — 3매도의 전말
한국거래소 투자자별 매매동향에 따르면 9월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4,337억원, 외국인은 1,535억원을 각각 순매도했습니다. 기관 역시 순매도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세 주체가 동시에 파는 이른바 ‘3매도’는 흔한 일이 아닙니다. 보통은 한쪽이 사야 반대편이 팔리는 구조인데, 이날은 모두가 빠져나가는 쪽이었습니다.
그 빈자리를 메운 것이 기타법인의 1조 6,657억원 순매수입니다. 기타법인이란 기관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 법인을 뜻하는데, 현재 이 항목의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내에서 집행하는 자사주 매입 물량입니다. 전날에도 기타법인은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했고, 이틀간 합산 순매수 금액은 3조 3,000억원에 달합니다.
자사주 매입, 숫자로 뜯어보면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SK하이닉스는 8월 19일 이사회에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의했습니다. 국내 상장사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8월 20일부터 약 3개월간 장내 매수로 진행하며, 매입 완료 즉시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입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하루 평균 1조 1,000억원, 65만 주를 매입하고 있으며 이는 개별 종목 거래대금의 16.6%에 해당합니다.
삼성전자는 11월 21일까지 15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고, 여기에 더해 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93조원)과 성과조건부주식(PSU, 22조원) 등을 위해 향후 3년간 90조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루 평균 5,100억원, 200만 주를 매입 중이며 거래대금 대비 비중은 9.3%입니다.
두 회사를 합치면 최근 6거래일 동안 자사주 매입 누적액은 약 8조 5,000억원입니다. 이 속도라면 남은 매입 예정 물량은 약 46조원에 이릅니다.

자사주 매입이 지수에 미치는 세 가지 효과
자사주 매입은 단순한 수급 방어를 넘어 세 가지 경로로 시장에 영향을 줍니다. 첫째, 직접적인 매수 물량입니다. SK하이닉스의 하루 매입분이 거래대금의 16.6%에 달한다는 건, 시장에 나오는 매도 물량의 상당 부분을 회사 자체가 흡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까지 합치면 양사 합산 하루 매입액이 1조 6,000억원 안팎이니,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약 12~15조원) 대비 10% 이상을 두 회사가 가져가는 셈입니다.
둘째, 심리적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합니다. 매일 정해진 금액이 시장가로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가 트레이더들에게 안전판으로 작용합니다. 급락 구간에서 반등이 빨라지는 것도 이 심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셋째, 소각이 확정된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40조원어치를 사서 태우면 발행주식의 약 5~6%가 사라지는데, 이는 같은 영업이익이라도 주당 가치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8월 31일 코스피가 장중 3.55%까지 급락했을 때도 6,600선 부근에서 반등이 시작됐는데, 이 시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수 물량이 집중적으로 체결되는 구간과 겹칩니다. 마치 시장이 자사주 매입이라는 바닥 콘크리트 위에서 움직이는 형국입니다.
외국인 169조 순매도, 올해 수급의 큰 그림
올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누적 169조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국민일보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한 달은 연중 단 두 달뿐이었습니다. 잭슨홀 이후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확률이 63%까지 치솟으면서 달러 강세와 신흥국 자금 유출 압력이 다시 거세지고 있습니다.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아직 없다”고 못 박은 이상, 외국인 매도세가 단기간에 꺾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 빈자리를 현재 메우고 있는 것이 자사주 매입입니다. 기타법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1위 주체로 올라섰습니다. 외국인이 빼는 만큼 회사가 사들이는, 일종의 ‘자사주 방파제’ 구조가 형성된 셈입니다.
왜 이번엔 무게가 다른가
과거에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세 가지 면에서 결이 다릅니다.
첫째, 규모가 압도적입니다. SK하이닉스 40조원, 삼성전자 15조원(단기) + 90조원(중장기) — 합산하면 시가총액 대비 비율이 역대급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규모면 단순한 주주환원을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둘째, 매입 후 전량 소각이 확정돼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사주를 사놓고 경영권 방어나 M&A 재원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소각이 전제입니다. 유통주식이 실제로 줄어든다는 점에서 주당가치 제고 효과가 확실합니다.
셋째, 시점이 절묘합니다. 외국인 매도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회사가 직접 매수에 나서면서, 수급 공백을 정확히 메우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SK하이닉스의 매입 기간은 약 3개월이고, 삼성전자의 15조원 분은 11월까지입니다. 그 이후에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진다면 지수는 다시 지지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 판단이 틀리려면 연준의 금리 인상이 9월에 무산되거나,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안정되는 시나리오가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첫 번째로 지켜볼 것은 9월 4일 미국 고용지표입니다. 비농업 고용이 예상치를 상회하면 연준의 9월 금리 인상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외국인 매도 압력이 한 단계 더 거세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별 매입 속도입니다. 현재까지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지만, 주가가 급등하면 하루 매입 한도에 걸려 속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코스피 7,000선의 매물벽입니다. KBS 보도에 따르면 7,000 위에는 약 171조원 규모의 대기 매물이 쌓여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만으로 이 벽을 뚫기는 역부족이고, 외국인의 방향 전환이나 새로운 실적 모멘텀이 필요합니다. 9월 9일 애플 신제품 발표(폴더블 아이폰 포함 전망), 이번 주 브로드컴 실적, 9월 18일 FOMC 등이 반도체 심리에 영향을 줄 변수입니다.
특히 환율도 변수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올리면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고, 이는 외국인의 환차손 우려를 키워 매도 압력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자사주 방패가 버텨주는 동안 거시경제 환경이 어떤 방향으로 정리되느냐가 9월 증시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입니다.
자사주 매입은 바닥을 다지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천장을 뚫는 힘은 아닙니다. 외국인이 돌아오거나 새로운 실적 모멘텀이 붙기 전까지, 코스피는 자사주 방패 아래서 제한된 범위를 오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기타법인 순매수가 전부 자사주 매입인가요?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입니다. 기타법인에는 비금융 일반법인이 포함되는데, 현재 시점에서 이 항목의 순매수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물량으로 추정됩니다. 신한투자증권은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 기타법인 순매수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분석했습니다.
Q. 자사주 소각이 주가에 좋은 이유는?
유통주식 수가 줄어들면 같은 이익이라도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집니다. 이는 PER 기준 밸류에이션을 낮춰 추가 상승 여력을 만듭니다. 또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잠재 매도 물량 자체가 사라지므로 수급 부담도 줄어듭니다.
Q.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코스피는 어떻게 되나요?
매입 종료 후에는 그동안 자사주가 흡수하던 매도 물량이 고스란히 시장에 남게 됩니다. 그때까지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지 않으면 하방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의 중장기 매입 계획(3년 90조원)이 있으므로 완전히 방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Q. 9월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요?
CME 페드워치 기준 9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8월 28일 57%에서 8월 30일 63%까지 올라갔습니다. 잭슨홀에서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둔화한다는 확신이 없다”고 밝힌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와 ISM 제조업 PMI 결과에 따라 확률이 더 움직일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디지털타임스 개인·기관·외인 모두 ‘던지고’ 기타법인 ‘받고’…삼전닉스 자사주 매입 효과 (2026.09.02)
- 직시르 코스피 ‘구원투수’ 된 기타법인…자사주 매입·소각에 수급판 바뀌나 (2026.09.02)
- 국민일보 개인·외인·기관 다 팔았는데…코스피 떠받친 기타법인 1조6657억 (2026.09.01)
- 한국일보 외인 매도 맞선 삼전·닉스 7조…’자사주 방파제’ 다음 타자는 (2026.08.26)
- ZDNet Korea SK하이닉스, 40조원 자사주 매입·소각…주주 환원도 더 늘린다 (2026.08.19)
본문의 도표와 인포그래픽은 한국거래소·각 증권사 리포트에서 확인한 수치를 바탕으로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 본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며, 투자에 따른 손실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습니다. 투자 전 반드시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시고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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