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증시, 코스닥이 코스피를 5배로 압도하다
8월 국내 증시는 의외의 결과를 남겼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첫 거래일인 3일부터 마지막 거래일인 31일까지, 코스피는 6,595.45에서 6,820.02로 3.40%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719.76에서 834.29로 15.91% 뛰었습니다. 코스닥 상승률이 코스피의 약 4.7배에 달했습니다.
세부 지수로 좁혀 보면 격차가 더 선명합니다. 코스닥150은 1,214.60에서 1,444.04로 18.89% 급등했습니다. 코스피200은 같은 기간 1,046.81에서 1,071.85로 2.39%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코스닥150 상승률이 코스피200보다 무려 16.50%포인트 높았다는 뜻입니다.
코스피가 월중 7,000선 문턱까지 올라섰다가 6,820.02로 마감한 반면, 코스닥은 700선 초반에서 빠르게 반등해 800선을 회복한 뒤 월말까지 상승분 상당 부분을 지켜냈습니다. 상반기 반도체 중심의 대형주 장세에서 벗어나, 중소형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한 한 달이었습니다.

외국인 10조 매도, 그런데 누가 받았나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수급입니다. 8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0조 1,755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기관도 5조 642억원을 팔았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총 15조원이 넘는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도 코스피가 3.40% 올랐습니다. 매수 주체는 두 곳이었습니다. 개인이 3조 2,352억원을 순매수했고, 기타법인(자사주 매입 포함)이 11조 9,944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기타법인 순매수 규모가 12조원에 육박하며 외국인·기관의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낸 셈입니다.
코스닥은 구조가 달랐습니다. 개인이 2조 1,514억원을 순매수하며 시장을 끌었고, 외국인은 1조 8,344억원, 기관은 3,645억원을 각각 순매도했습니다. 코스닥에서는 기타법인이 아니라 개인 자금이 성장주·테마주로 유입되면서 16% 가까운 급등을 만들었습니다. 코스피에서는 기업 자사주 매입이, 코스닥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각각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맡았던 셈입니다.
오늘(9월 1일) 장중에도 이 수급 구조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후 1시 기준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5,234억원, 기관이 9,204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연기금이 11,250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외국인·기관이 팔고 연기금·개인이 사는 패턴이 9월에도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외국인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월간 순매수를 기록한 달은 8개월 가운데 단 2개월뿐입니다. 9월에도 이 매도 기조가 이어질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2차전지 32% 급등, 반도체를 9배로 압도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테마지수가 보여줍니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으로 8월 한 달간 KRX K-AI 2차전지 지수는 3,012.92에서 3,992.21로 32.50% 급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3.40%와 비교하면 약 9.6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다른 테마지수도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KRX-Akros AI 전력인프라 지수가 24.01%, KRX 2차전지 TOP10 지수가 23.35%, KRX K-AI 바이오테크코스닥 지수가 21.91%, KRX 기술이전 바이오 지수가 19.41%, KRX 전기차 Top15 지수가 13.93% 각각 상승했습니다.

2차전지와 바이오는 상반기 반도체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대표적인 성장 업종입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기대가 전력인프라 종목으로 번지면서, 반도체 이외 성장주의 상승 여력이 한꺼번에 터진 것입니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더 극적이다
8월 코스닥 상승률 1위는 화장품 업체 본느였습니다. 주당 기준가 1,677원에서 6,600원으로, 한 달 만에 293.56% 급등하며 주가가 약 4배로 뛰었습니다. 탑코미디어 288.38%, 넥사다이내믹스 244.48%, 비케이홀딩스 149.55%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코스피에서도 중소형주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금호전기가 4,115원에서 12,480원으로 203.28% 상승해 월간 1위를 기록했습니다. 혜인 188.47%, SHD 163.35%, 삼아알미늄 134.81% 순이었고, 특히 2차전지 관련주인 엘앤에프가 100.14% 오르며 코스피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9월 첫 거래일인 오늘(1일)에도 이 흐름은 이어졌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온의 대규모 북미 공급 계약 체결 소식에 장 초반 8%대 급등하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고, 비에이치도 애플 폴더블폰 부품 수혜 기대에 15%대 급등했습니다.
반도체는 왜 쉬었나
8월 초 증시 급락의 여진이 반도체 대형주에 유독 길게 남았습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매파 발언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재부각되면서, 금리에 민감한 고밸류 기술주가 타격을 받았습니다.
한국거래소 기관·외국인 매매 동향을 보면, 8월 31일 기준 기관 순매도 상위 1~2위가 삼성전자(-5,944억원)와 SK하이닉스(-5,072억원)였습니다. 외국인 역시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팔았습니다(-3,390억원). 반도체 대형주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2차전지·전력·바이오 등으로 옮겨간 전형적인 순환매 패턴입니다.
다만 반도체 실적 기대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닙니다. 8월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3분기 실적 프리뷰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컨센서스가 추가 상향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주도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어, 반도체 섹터의 수급이 정상화될 여지는 열려 있습니다.
과거 패턴을 보면, 반도체 업종의 이익 모멘텀이 꺾이지 않는 한 조정은 단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코스피 반도체 업종 순이익 전망이 13.23% 상향 조정됐고, 비반도체 순이익 전망도 3.47% 올랐습니다. 현재 한국의 12개월 선행 EPS 변화율은 84%로 글로벌 주요국 중 압도적 1위이며, 선행 PER은 7.9배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익 모멘텀은 가장 강하고 밸류에이션 매력은 가장 높은 조합입니다.
왜 이번 순환매가 의미 있나
8월의 주도주 이동이 단순한 단기 이벤트인지, 아니면 시장 구조의 변화인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좀 더 무게를 둡니다.
첫 번째 이유는 거래대금 감소입니다. 시장에 들어오는 자금이 빠르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는 모든 업종이 동시에 오르기 어렵습니다. 제한된 자금이 실적과 정책·수급 등 상승 재료를 확보한 업종으로 이동하는 선순환매 구조가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두 번째는 코스피가 연초 대비 92.8% 상승해 글로벌 주요국 중 독보적 1위라는 점입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위 대만(52.5%), 3위 일본(31.1%)과의 격차가 큽니다. 이 정도 상승 후에는 기존 주도주(반도체)의 추가 상승 여력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업종으로 자금이 분산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이 판단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있습니다. 만약 반도체 업종의 이익 전망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상향된다면, 수급은 다시 반도체로 쏠릴 수 있습니다. 특히 9월 초 브로드컴 실적 발표가 변수입니다. 브로드컴이 기대 이상의 숫자를 내놓으면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9월, 어디를 봐야 하나
증권가의 전망은 대체로 순환매 장세의 연장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반도체가 쉬어도 올랐던 전례가 있다”며 “9월에도 업종 선순환매 장세 속 회복세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업종 추천으로 소매(유통), 증권, IT하드웨어, 방산, 화장품 등을 꼽았습니다.
신중호 LS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박스권 흐름 아래 순환매를 전망한다”며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반도체가 쉬면 움직일 업종과 종목은 상당수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선호 업종으로 IT 소프트웨어, 에너지 인프라(건설·전력기계·원전), 은행·보험 등을 제시했습니다.
환율도 주목할 변수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1,360원대로 내려오면서 외국인 수급에 숨통이 트일 조건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다만 환율 하락이 외국인 매수 전환으로 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확인해야 할 일정도 빽빽합니다. 9월 첫째 주에는 한국 8월 수출 데이터와 미국 8월 고용 지표가 나옵니다. 이어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거쳐 9월 중순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이 예정돼 있습니다. 물가 둔화가 확인되면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며 수급 개선을 기대할 여지가 있고, 반대라면 외국인 매도세가 더 거세질 수 있습니다.
FAQ
외국인이 10조원이나 팔았는데 코스피가 어떻게 올랐나요?
기타법인(자사주 매입 포함)이 약 12조원을 순매수하면서 외국인 매물을 대부분 받아냈습니다. 개인도 3조 2,000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매도 주체와 매수 주체가 완전히 나뉜 독특한 구조였습니다.
2차전지가 왜 갑자기 올랐나요?
상반기 반도체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밸류에이션 갭이 해소되는 과정입니다. 여기에 AI 전력 수요 증가 기대와 SK온 같은 대형 수주 소식이 겹치면서 매수세가 집중됐습니다.
9월에도 이 흐름이 이어질까요?
증권가는 대체로 순환매 장세의 연장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반도체 실적 서프라이즈나 미국 FOMC 결과에 따라 주도주가 다시 바뀔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코스피 9월 예상 범위를 6,300~7,600포인트로 제시했습니다.
참고 자료
- 뉴스핌 8월 주도주 이동, 반도체 ‘숨 고르기’ 속 2차전지·전력·바이오 ‘상승세’ (2026.09.01)
- 연합뉴스 올들어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 단 두달…9월에도 ‘팔자’ 이어가나 (2026.09.01)
- 이투데이 외국인 10조 팔아도 버틴 코스피…’금리·수급·반도체’ 시험대 (2026.09.01)
- 한국거래소 투자자별 매매동향 (2026.09.01 기준)
본문의 도표와 인포그래픽은 한국거래소·뉴스핌 등 공개된 수치를 바탕으로 직접 제작했습니다.
⚠️ 본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 자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투자 결과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주도주교체 #2차전지 #코스피 #코스닥 #외국인매도 #순환매 #증시분석 #9월증시
조회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