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국내 증시에서 가장 눈에 띈 섹터는 단연 원전이었습니다. 한전기술이 하루 만에 20.27% 급등하며 10만 8,600원에 장을 마쳤고, 현대건설(+14.87%), 비에이치아이(+13.80%), 대우건설(+11.80%), 두산에너빌리티(+10.55%)까지 원전 관련주 전반이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업종별 등락률에서도 건설 업종이 8.73%로 전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도체주 약세 속에 코스피가 장중 4% 넘게 급락했다가 결국 0.68% 상승(6,742.74포인트)으로 마감한 극적인 하루였는데, 그 반등의 중심에 원전주가 있었습니다. 오늘 이 움직임의 배경과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현대건설, 텍사스 대형원전 기본설계 완료
오늘 원전주 급등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현대건설의 공시였습니다. 현대건설은 전날(24일)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와 체결한 대형 원전 건설 기본설계(FEED, Front-End Engineering Design) 역무를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 10월에 계약을 체결한 지 약 10개월 만의 결과입니다.
현대건설은 이제 설계·조달·시공을 일괄 수행하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계약 체결을 목표로 사업성, 안전성, 공사 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습니다. 기본설계가 완료됐다는 것은 본계약, 즉 실제 건설 수주까지 한 발짝 남았다는 의미여서 시장의 기대를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프로젝트 매터도어, 세계 최대 민간 전력 단지
현대건설이 참여하는 사업은 텍사스주 아마릴로 외곽에 조성되는 ‘프로젝트 매터도어(Project Matador)’입니다. 페르미 아메리카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약 2,119만㎡(약 641만 평)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전력망 단지를 만드는 초대형 사업입니다.
프로젝트 매터도어의 핵심은 웨스팅하우스 AP1000 원전 4기 건설입니다. 여기에 가스복합화력, 태양광 등 대규모 전력 인프라와 이를 연계한 초대형 AI 데이터센터까지 포함하는 ‘복합 에너지 및 AI 캠퍼스’ 구상입니다.
AP1000은 웨스팅하우스의 3.5세대 가압경수로(PWR)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인허가를 받은 검증된 노형입니다. 단기(基) 전기 출력이 약 1,100MW(메가와트)이므로 4기를 합치면 약 4,400MW, 즉 우리나라 신한울 1·2호기 두 세트에 맞먹는 규모입니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 한국 건설사가 기본설계 단계부터 참여했다는 점이 시장에 강한 인상을 줬습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제안, 사실일까
원전주 급등에 불을 더 지핀 것은 미국 정부가 자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지분 투자를 한국에 제안했다는 일부 보도입니다. KB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제안대로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할 경우 한국 원전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보도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지분 인수가 실현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시장은 가능성 자체에 반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웨스팅하우스는 현재 캐나다 투자회사 브룩필드와 우라늄 광산업체 카메코가 공동 소유하고 있으며, 지분 가치는 수조 원대로 추산됩니다.
만약 한국이 실제로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면, 그동안 지식재산권(IP) 분쟁으로 제약을 받아왔던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출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웨스팅하우스의 IP 문제로 독자 수출에 어려움을 겪은 전례를 생각하면, 파급력이 결코 작지 않은 시나리오입니다.
종목별 상승 현황과 수급 분석
| 종목명 | 종가(원) | 등락률 | 비고 |
|---|---|---|---|
| 한전기술 | 108,600 | +20.27% | 원전 설계 전문기업 |
| 현대건설 | 121,300 | +14.87% | 텍사스 원전 FEED 완료 |
| 비에이치아이 | – | +13.80% | 원전 기자재 업체 |
| 대우건설 | – | +11.80% | 원전 시공 경험 보유 |
| 두산에너빌리티 | – | +10.55% | 원자로·터빈 제조 |
한국거래소 기준 이날 코스피 업종별 상승률에서 건설(+8.73%)이 압도적 1위, 기계·장비(+6.74%)가 2위, 전기·가스(+3.26%)가 3위를 기록했습니다. 모두 원전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업종입니다.
전체 시장 수급을 보면 외국인이 3조 8,199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이 약 4조원, 기관이 1조 2,207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속에서도 원전주가 급등했다는 것은 국내 투자자들의 확신이 그만큼 강했다는 뜻입니다. 특히 원전주의 경우 기관 매수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원전을 부르는 구조
원전주의 중장기 상승 동력은 AI 데이터센터에서 나옵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모델 훈련과 추론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원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매터도어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원전을 한 캠퍼스에 묶는 구상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 확대로 국내 전력수요 전망이 크게 상향되면서 신규 원전 건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에서도 한국형 원전 수출과 미국의 원전 건설 확대 움직임이 있어 원전 수주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원전 건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기존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건설에 수백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고, 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도 원전 전력 구매 계약(PPA)을 체결하거나 검토하는 중입니다. 지난 1월에는 메타가 원전 관련 대규모 공급 계약을 발표해 원전주 랠리의 서막을 연 바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원전 포트폴리오가 특별한 이유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글로벌 원전 건설 기업 중 가장 다양한 원전 파트너십과 가장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3.5세대와 4세대를 가리지 않고 원전의 모든 영역에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건설은 미국 프로젝트 매터도어(AP1000 대형원전) 외에도,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에 한국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고, SMR 분야에서도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TerraPower),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한 기업이 대형원전부터 SMR까지, 미국·유럽·중동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은 글로벌 원전 업계에서도 이례적입니다.
김주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원전주 흐름을 “대형 프로젝트 수주 가시화 기대감에 섹터 전반이 강세”라고 짚었습니다. 기본설계 완료가 곧 EPC 계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실제 수주까지의 거리가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원전주의 하루 10~20% 급등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이 숫자만 보고 판단하기엔 몇 가지 확인할 것이 남아 있다고 봅니다.
첫째, 왜 중요한가입니다. 지금까지 국내 원전 관련주는 ‘기대감’으로 올랐다가 ‘수주 지연’으로 빠지는 패턴을 반복해왔습니다. 이번이 다른 점은 기본설계라는 구체적인 단계가 실제로 완료됐다는 것입니다. 기대가 아니라 실행이 한 단계 진행된 것이므로, 종전의 테마성 급등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둘째, 진짜 쟁점은 EPC 계약의 규모와 시점입니다. 기본설계 완료가 본계약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성 검토 과정에서 설계 변경이나 파트너 교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제안은 산업부가 공식 부인한 상태여서, 이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셋째, 다르게 볼 여지도 있습니다. 미국 원전 건설의 역사를 보면 프로젝트 지연과 비용 초과가 만성적인 문제였습니다. 조지아주 보글 3·4호기는 당초 140억 달러 예산이 약 350억 달러로 불어났고, 공기도 7년 이상 지연됐습니다. 프로젝트 매터도어가 이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 판단이 틀릴 수 있는 조건은 미국 내 원전 인허가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AI 투자 사이클이 꺾여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경우입니다.
넷째, 앞으로 확인할 지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대건설의 EPC 계약 체결 시점과 계약 규모입니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의 원전 지원 정책 구체화 일정, 웨스팅하우스 지분 관련 후속 보도, 그리고 엔비디아 실적 발표(26일) 이후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시장 판단도 원전주 향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원전주 급등이 단순 테마가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 진척에 기반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하루 만에 20%가 오른 종목에 대해서는, 기대가 현실보다 앞서간 부분이 없는지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시장 전체 그림
원전주 급등은 오늘 증시의 ‘전약후강’ 드라마의 핵심 축이었습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70% 하락하고, 마이크론(-5.83%), SK하이닉스 ADR(-4.92%) 등 메모리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는 장 초반 4% 넘게 급락했습니다. 한때 6,400선까지 밀렸습니다.
그러나 개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빠르게 줄였고, 원전·건설·유틸리티 등 비반도체 업종으로 순환매가 확산되면서 결국 코스피는 전일 대비 0.68%(+45.78포인트) 상승한 6,742.74로 마감했습니다. 코스닥도 1.70% 상승한 827.15로 강세 마감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 부진에 하락 출발한 뒤 대형주 순환매가 나타났다”며 “비반도체 업종으로도 순환매가 확산되며 전약후강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서 비반도체 섹터가 시장을 떠받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긍정적 신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프로젝트 매터도어는 어디에 있나요?
미국 텍사스주 아마릴로 외곽에 조성되는 약 2,119만㎡ 규모의 복합 에너지·AI 캠퍼스입니다. 웨스팅하우스 AP1000 원전 4기를 건설할 계획이며, 페르미 아메리카가 사업을 주도합니다.
Q. 기본설계(FEED) 완료가 왜 중요한가요?
기본설계는 본격적인 건설(EPC) 계약 전에 사업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를 통과해야 실제 수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완료 자체가 수주 가시화의 중요한 이정표가 됩니다.
Q.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는 확정인가요?
아닙니다. 미국 측이 한국에 지분 투자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공식 부인한 상태입니다. 실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Q. 내일 원전주 전망은 어떤가요?
단기적으로는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EPC 계약 체결, 미국 원전 정책 구체화 등 추가 재료가 나오면 상승 모멘텀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26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시장 전체 분위기가 바뀔 수 있으므로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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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매일경제 미국發 원전 건설 수혜 기대…한전기술 20%·현건 15% 쑥 (2026.08.25)
- 뉴스1 수주 확대 기대감, 원전주 강세…현대건설 14% 급등[핫종목] (2026.08.25)
- 연합뉴스 ‘전약후강’ 코스피, 상승전환해 0.68%↑…코스닥도 1%대 상승 (2026.08.25)
- 동아일보 “세계에서 가장 미친 증시, 공포의 롤러코스터 됐다”…WSJ이 본 한국 증시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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