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8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 라라크섬의 로켓 발사대 2곳을 공습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이란 영토 내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은 지난 7월 말 이후 약 한 달 만입니다.
이란도 즉각 보복에 나섰습니다. 이란 국영 매체에 따르면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 소재 미군 기지를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란 최대 원유 수출거점인 하르그섬을 직접 거론하며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위협했고,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고 전했습니다.
한 달 가량 잠잠했던 양국 간 직접적 군사 교전이 재개된 셈입니다. 문제는 이번 충돌의 무대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점입니다. 하루 약 2,100만 배럴,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합니다. 봉쇄나 통행 차질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유가는 거의 예외 없이 급등해 왔습니다.

유가 급등, 숫자로 보는 충격
교전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곧바로 뛰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물은 장중 전장 대비 3.54% 오른 배럴당 91.22달러까지 올랐고, 최종적으로 2.71% 상승한 90.4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 90달러를 다시 돌파한 것입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도 장중 3.39% 오른 86.23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83% 상승한 배럴당 85.76달러에 마감했습니다. 두 벤치마크 모두 하루 만에 2달러 넘게 뛴 셈입니다.
미국 소비자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08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8월 한 달 내내 4달러를 넘긴 기록을 세웠습니다. 2022년 8월의 기록마저 넘어선 수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최대 원유 수출거점 하르그섬을 직접 위협한 만큼, 유가 상승 압력은 당분간 쉽게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공급 위험은 지속되고 원유 재고는 앞으로 몇 주, 몇 달간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뉴욕증시, 다우 0.7% 하락의 내막
유가 급등과 미 국채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다우평균은 전 거래일 대비 374.09포인트(0.70%) 내린 53,185.90에, S&P500은 0.33% 하락한 7,686.14에, 나스닥은 0.12% 내린 26,370.89에 각각 마감했습니다.
다우의 낙폭이 가장 컸습니다. 골드만삭스와 알파벳 등 대형주가 약세를 주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를 자극하면서 경기 민감주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왔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반도체주의 흐름입니다. 지정학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종은 오히려 강세를 보였습니다. 8월 한 달 기준으로 S&P500 정보기술 업종은 6% 넘게 올랐고, 엔비디아는 약 10%, 마이크로소프트는 9% 넘게 상승했으며, 마이크론은 16% 이상 뛰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유가보다 강한 모멘텀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 국채 시장은 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10년물 금리가 1년 7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유가 상승이 물가 압력으로 전이될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코스피, 전약후강 기대할 수 있을까
전일(8월 31일) 코스피는 극적인 반전을 연출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으로 장중 한때 3.55%까지 급락했지만,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0.46% 오른 6,820.02에 마감했습니다. 외국인·기관·개인이 동반 매도했음에도 기타법인(자사주 매입 계정)이 1조 5,773억원을 순매수하며 9거래일 연속 ‘사자’를 이어갔고, 삼성전자(+1.17%)와 SK하이닉스(+1.27%)가 지수 반등을 견인했습니다.
9월 1일 오늘, 시장은 미국 증시 약세 영향으로 하락 출발이 예상됩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전약후강 흐름을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이투데이에 따르면 반도체주 강세와 한국 8월 수출 모멘텀이 장 후반 반등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유가입니다.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브렌트유 90달러 이상이 지속되면 무역수지에 부담이 커집니다. 더구나 원·달러 환율이 전일 장중 한때 13개월 만에 1,360원대까지 밀린 점도 수입 물가 상승을 가속시키는 요인입니다.
8월 수출 역대 최대, 그래도 유가가 문제다
9월 1일 발표 예정인 8월 수출입동향은 한 줄기 희망입니다. 관세청 잠정 집계에 따르면 8월 1~20일 기준 수출액은 552억 달러로 동월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하루 평균 수출액도 39.4억 달러로 사상 최대입니다. 이 중 반도체 수출이 260억 달러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수출 호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수출 호조의 배경에는 AI 투자 붐이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GPU 수요가 폭발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주력 제품 수출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8월 초순(1~10일)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55.4% 증가한 100억 달러를 기록하며 10일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를 경신했습니다.
그러나 유가 급등은 이 수출 호재를 상쇄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원유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합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넘기면 연간 원유 수입액이 약 10조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수출은 사상 최대인데 수입 비용도 동시에 불어나면, 체감 경기 개선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항목 | 수치 | 비고 |
|---|---|---|
| 8월 수출(20일 기준) | 552억 달러 | 동월 역대 최대 |
| 반도체 수출 | 260억 달러 | 사상 최고 |
| 일평균 수출 | 39.4억 달러 | 사상 최대 |
| 브렌트유 | 90.49달러 | 90달러 재돌파 |
| 원·달러 환율 | 1,360원대 | 13개월래 최고 |

유가 급등이 진짜 무서운 이유
유가 상승 자체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금리 인상 경로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뉴스핌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9월 금리 인상 확률을 64%까지 상향 조정했습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잭슨홀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우선 기조를 재확인한 데다, 유가까지 뛰면서 물가 재상승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린 결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유가 급등의 파급이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유가가 오르면 운송비가 오르고, 운송비가 오르면 거의 모든 품목의 가격이 오릅니다. 이른바 ‘2차 파급 효과’입니다. 연준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이 2차 파급이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시나리오입니다.
물론 다르게 볼 여지도 있습니다. 미·이란 간 교전은 올해 들어 여러 차례 반복됐고, 매번 한 달 안에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7월에도 직접 충돌 후 유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했다가 2주 만에 되돌려진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양측이 전면전이 아닌 제한적 보복에 그친다면, 유가 상승분은 상당 부분 반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이 이전과 다를 수 있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르그섬을 직접 거명했다는 점입니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가 집중되는 곳입니다. 실제 공격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더라도, 위협 자체가 보험료(리스크 프리미엄)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합니다. 이 프리미엄이 유가에 얼마나 오래 남느냐가 향후 증시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입니다.
이번 주 확인할 3가지 지표
9월 첫째 주는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데이터가 집중돼 있습니다.
1. 한국 8월 수출입동향 (9월 1일)
오늘 발표되는 8월 전체 수출 실적입니다. 20일 기준 552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만큼, 월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가 유력합니다. 반도체 수출이 얼마나 강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수출 호조가 확인되면 코스피 반등의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2. 미국 ISM 제조업지수·구인이직보고서 (9월 1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와 구인·이직 보고서(JOLTS)가 같은 날 나옵니다.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구인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 명분이 더 강해집니다. 반대로 둔화 신호가 나오면 금리 인상 확률이 다시 내려올 여지가 있습니다.
3. 미국 8월 고용보고서 (9월 4일)
이번 주 최대 이벤트입니다. 비농업 취업자 수와 실업률이 연준의 9월 회의(FOMC) 직전 마지막 고용 지표가 됩니다. 고용이 강하면 금리 인상이 거의 확정적이 되고, 예상보다 약하면 동결 기대가 살아납니다. 시장은 이 데이터 하나에 가장 크게 반응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유가 급등이 한국 증시에 왜 악재인가요?
한국은 원유를 거의 전량 수입합니다. 유가가 오르면 수입 비용이 늘어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져 이익이 줄어듭니다. 동시에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주식 시장에 이중으로 부담이 됩니다.
Q.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은 있나요?
완전한 봉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자국 원유를 수출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부분적 통행 차질이나 선박 보험료 급등만으로도 유가에 상당한 상승 압력이 가해집니다.
Q.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은 언제까지 계속되나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은 이미 9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타법인의 순매수 규모가 일 1조원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는 한, 코스피 하단을 받쳐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매입 한도가 소진되면 지지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Q. 지금 반도체주를 사도 되나요?
이 글은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다만 사실관계로 보면, 8월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미국 반도체주도 8월 한 달간 강세를 유지한 것은 분명합니다. 동시에 유가와 금리라는 거시 변수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투자 결정은 개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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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연합뉴스 미·이란 무력공방에 국제유가 3%대 급등…브렌트유 91달러대 (2026.08.31)
- 조선일보 미·이란 무력 공방 재개에 유가 급등…다우 0.7% 하락 (2026.09.01)
- 뉴스핌 미·이란 교전 재개에 유가 ‘껑충’…금리 인상 부담 속 금값 하락 (2026.09.01)
- KB매일경제 코스피 장중 3.55% 급락 딛고 6820…삼전닉스 자사주가 반전 견인 (2026.08.31)
- 이투데이 코스피, 수출 모멘텀에 전약후강 전망⋯반도체·유통·증권 주목 (2026.09.01)
본문의 도표와 인포그래픽은 공개된 수치를 바탕으로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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