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미국주식 10조원 순매수
서학개미들이 다시 미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7월 1일부터 8월 27일까지 약 두 달간 미국 주식을 70억3,879만 달러(약 9조7,135억원, 환율 1,380원 기준)어치 순매수했습니다.
이 금액이 놀라운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개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8조7,532억원이었습니다. 서학개미가 국내 증시보다 미국 증시에 약 3,000억원을 더 투자한 셈입니다. 코스닥 시장 순매수(1조5,717억원)와 비교하면 약 6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두 달간 미국주식 순매수 10조원 — 상반기 6개월 전체의 70%가 7~8월 두 달에 집중됐습니다.
월별로 보면 7월에 46억4,241만 달러를 폭풍 매수한 뒤, 8월에도 28일까지 23억9,637만 달러를 추가로 사들였습니다. 1~6월 상반기 전체 순매수액이 98억6,780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상반기 전체의 71%를 매수한 것입니다.

순매수 1위는 반도체 3배 레버리지 ‘SOXL’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SOXL(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 기준 두 달간 순매수 규모는 30억632만 달러(약 4조1,487억원)에 이릅니다.
이 금액만으로 전체 미국주식 순매수액의 40%를 넘습니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한국 투자자들의 확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코스피에서도 반도체가 시가총액 1·2위(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차지하고 있는데, 서학개미들은 그 반도체에 3배 레버리지까지 걸고 들어간 것입니다.
2위는 SK하이닉스 ADR(미국예탁증서)로 8억1,542만 달러를 순매수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살 수 있는 종목인데 굳이 미국에서 ADR로 산 것은, 미국 거래 시간대에 대응하거나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3위는 알파벳(6억4,717만 달러), 4위는 스페이스X(5억1,496만 달러)였습니다.
엔비디아는 팔고, SK하이닉스 ADR은 샀다
흥미로운 점은 서학개미들의 종목 선택에서 뚜렷한 갈아타기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같은 두 달간 엔비디아는 오히려 7억4,890만 달러 순매도됐습니다. AI 반도체 대장주를 팔고, 그 하위 밸류체인인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지수 전체에 베팅한 셈입니다.

엔비디아 외에도 팔란티어(6억1,540만 달러), 마이크론(3억5,393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3억2,230만 달러)를 순매도했습니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올해 상반기에 이미 크게 올라 차익실현 욕구가 높았던 종목들입니다. 반면 매수한 종목은 아직 본격 반등하지 않았거나(SK하이닉스 ADR), 구조적 성장 초기에 있는 종목들(스페이스X)입니다.
특히 엔비디아 매도와 SOXL 매수가 동시에 일어난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개별 종목 집중 리스크를 줄이되, 반도체 업종 전체에 대한 강세 베팅은 유지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읽힙니다. 다만 SOXL은 3배 레버리지이기 때문에 반도체 지수가 하락하면 손실도 3배로 커진다는 점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탁금 33조 증발, 돈은 어디로 갔나
서학개미의 미국행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숫자가 있습니다. 투자자예탁금 추이입니다. 6월 29일 132조4,696억원이었던 예탁금은 8월 26일 98조9,176억원으로, 두 달 만에 33조5,520억원이 줄었습니다.
예탁금이 줄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서 돈을 빼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돈이 전부 미국 시장으로 간 것은 아닙니다. 부동산 청약, 예적금 이동, 소비 등 다양한 경로가 있겠죠.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주식 순매수가 10조원에 달하고, 반대로 코스피에서는 매수 규모가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 부분이 해외 증시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투자자예탁금 132.4조원 → 98.9조원, 두 달간 33.5조원 감소.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행방이 서학개미 순매수 규모와 겹칩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데이터에서도 이 흐름이 확인됩니다. 2분기 국제수지 기준 개인투자자가 포함된 비금융기업 등의 해외주식 투자는 일시적으로 순매도(5억2,570만 달러)로 집계됐지만, 미국 주식만 따로 보면 7월 들어 매수세가 급격히 확대된 것입니다. 국제수지 통계와 세이브로 데이터의 시점 차이가 있어 수치가 다소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방향성은 뚜렷합니다.
왜 지금 다시 미국인가 — 코스피 조정과 잭슨홀 충격
서학개미가 미국으로 몰린 배경에는 코스피의 급격한 조정이 있습니다. 코스피는 6월 22일 역사적 고점인 9,114.55를 찍은 뒤 본격적인 하락에 들어갔습니다. 6월까지 8,000대를 유지했던 지수는 7월 둘째 날 7,000대로 내려왔고, 7월 중순에는 6,000대까지 밀렸습니다. 8월 반등이 있었지만 7,000 위를 안착하지 못한 채, 잭슨홀 매파 충격까지 겹치며 8월 29일 종가는 6,788선에 머물렀습니다.
반면 미국 증시는 달랐습니다. S&P500은 6월 말 7,499.36에서 8월 27일 7,730.99로 약 3.1% 올랐고, 나스닥도 같은 기간 26,213.72에서 26,541.35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코스피가 고점 대비 25% 이상 빠지는 동안 미국 주요 지수는 오히려 올랐으니, 서학개미 입장에서는 차라리 미국이 안전해 보였을 겁니다.
여기에 환율도 한몫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면서 달러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 시점에 미국 주식 매수를 확대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환율 하락기에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매수가 집중되는 패턴이 올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지난 4~5월 국내투자계좌(RIA) 양도세 비과세 혜택으로 잠시 국내 복귀했던 자금이, 코스피 조정이 깊어지자 다시 미국으로 방향을 튼 것입니다.

이 숫자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단순히 “국장을 버리고 미장으로 갔다”라고 해석하기에는 사안이 복잡합니다. 서학개미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SOXL이 40%를 차지하고, 2위가 SK하이닉스 ADR입니다. 결국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코스피 주력주와 같은 테마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죠.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첫째, SOXL에 4조원이 몰렸다는 것은 “반도체는 반등한다”는 강한 확신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3배 레버리지의 특성상 횡보장에서도 가치가 녹아내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만약 반도체 반등이 예상보다 지연되면 손실 규모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미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올해 7월까지 미국주식에서 약 50조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둘째, 예탁금이 98조원대까지 내려왔다는 것은 국내 증시의 수급 기반이 그만큼 얇아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코스피가 반등하려면 외국인이나 기관이 매수에 나서야 하는데, 잭슨홀 매파 기조 이후 외국인은 오히려 순매도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개인까지 이탈하면 지수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분명 존재합니다. 9월 FOMC에서 예상 밖의 비둘기파적 시그널이 나오거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 기대를 넘긴다면 서학개미의 자금이 다시 국내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4~5월에 RIA 혜택으로 한 차례 복귀한 전례가 있으니까요.
9월에 확인해야 할 것들
서학개미의 미국 베팅이 맞았는지 판가름할 변수들이 9월에 집중돼 있습니다. 첫 번째는 9월 FOMC(17~18일)입니다. 잭슨홀에서 워시 의장이 매파 발언을 했지만, 실제 금리를 올릴지 동결할지는 이때 결정됩니다. 금리 동결이 나오면 시장에 안도감을 줄 수 있고, 추가 인상이면 레버리지 ETF에 몰린 자금에 직격탄이 됩니다.
두 번째는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구체화 일정입니다. 올해 주주환원 규모를 90조~110조원으로 제시한 상태인데, 자사주 매입 시기와 규모가 확정되면 국내 반도체주 수급에 직접적인 변화가 생깁니다. 세 번째는 엔비디아의 차기 실적 발표입니다. 반도체 섹터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할 이벤트이므로, SOXL에 몰빵한 서학개미에게는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 일정 | 내용 | 영향 |
|---|---|---|
| 9월 6일 | 미국 고용보고서 | 금리 결정 선행 지표 |
| 9월 10일 | 미국 CPI | 인플레이션 방향 확인 |
| 9월 17~18일 | FOMC | 금리 인상/동결 결정 |
| 9월 중 | 삼성전자 주주환원 구체화 | 국내 반도체 수급 변화 |
자주 묻는 질문 (FAQ)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산 미국주식은?
SOXL(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이 30억632만 달러(약 4.1조원)로 압도적 1위입니다. 전체 순매수의 40%를 넘습니다.
코스피보다 미국주식을 더 많이 산 건 흔한 일인가요?
같은 기간 국내 유가증권시장 순매수가 8조7,532억원이었는데 미국주식 순매수가 약 9조7,135억원이었으니, 국내보다 미국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간 것은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엔비디아를 왜 팔았나요?
올해 상반기 큰 폭으로 오르며 차익실현 욕구가 높았고, 개별 종목 리스크를 줄이면서 반도체 업종 전체에 레버리지로 베팅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예탁금이 줄면 코스피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겨둔 대기 자금입니다. 이것이 줄면 국내 시장에 투입될 잠재적 매수 여력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에, 지수 상승을 위한 수급 기반이 약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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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SBS Biz 개인, 7~8월 美 주식 10조원 순매수…코스피 보다 3천억 더 샀다 (2026.08.30)
- 뉴데일리경제 코스피 팔고 미국 간다…서학개미 이미 미국行, 순매수 46억달러 (2026.08.04)
- 한겨레 서학개미 ‘3배 레버리지’에 44억 달러…7월 미장 순매수 (2026.08)
- 조선비즈 환율 떨어지자 美 주식 투자 늘리는 서학개미 (2026.08.05)
ℹ️ 본문의 도표와 그래픽은 기사와 공식 통계에서 확인한 수치를 바탕으로 직접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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