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월요일, 사흘 휴장을 끝낸 국내 증시가 다시 열립니다. 시장이 가장 신경 쓰는 변수는 미국 물가도, 국제유가도 아닙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코스피를 혼자 떠받쳐 온 자사주 매입이 이번 주에 끝난다는 사실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합쳐 약 55조원을 쏟아부은 이 프로그램은 당초 11월 하순까지 갈 예정이었는데, 한 달 이상 앞당겨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자사주 매입이 실제로 무엇을 떠받쳐 왔는지, 그리고 그 주체가 사라진 뒤 어떤 숫자를 봐야 하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55조원을 쓴 매수 주체가 이번 주 사라집니다
규모부터 정리하겠습니다.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으로 SK하이닉스는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2,407만주, 약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신고했습니다. 삼성전자는 8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5,328만5,968주, 약 15조원 규모를 신고했습니다. 두 건을 합치면 약 55조원입니다. 국내 증시 역사에서 두 기업이 같은 분기에 이만한 금액을 장내에서 사들인 전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집행 속도였습니다. 삼성전자는 공시상 하루 평균 87만주를 사면 되는 일정이었는데 실제로는 하루 약 200만주씩 사들였습니다. SK하이닉스도 계획상 일평균 38만주 대비 60만~65만주로 속도를 높였습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10월 2일까지 누적 5,580만주를 체결해 신고 물량의 104.72%를 채웠습니다. 투입 금액은 14조7,077억원으로 15조원 한도에 사실상 도달했습니다. 당초 종료 예정일보다 50일가량 빠릅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시점 기준 1,885만주, 진행률 78.31%입니다. 금액으로는 32조9,721억원이 들어갔습니다. 남은 물량은 약 522만주인데, 지금 속도라면 7~8거래일이면 소진됩니다. 휴장을 감안하면 10월 16일 전후가 유력합니다. 즉 이번 주 안에 55조원짜리 매수 주체가 시장에서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는 10월 2일에 이미 신고 물량의 104.72%를 채웠습니다. 남은 건 SK하이닉스의 522만주, 거래일로 7~8일치입니다.
19거래일, 28조원 — 자사주가 실제로 한 일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별 매매동향에서 ‘기타법인’으로 잡힙니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매입이 본격화된 8월 20일부터 9월 15일까지 19거래일 동안 기타법인은 코스피에서 28조1,914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하루 평균 1조4,838억원입니다.
같은 기간 나머지 주체는 전부 팔았습니다. 외국인이 14조7,680억원, 개인이 10조5,773억원, 기관이 2조7,879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세 주체의 매도 합계는 28조1,332억원입니다. 기타법인 순매수액과의 차이는 582억원에 불과합니다. 19거래일 누적 28조원 규모에서 0.2% 수준의 차이이니, 사실상 자사주가 시장에 나온 매도 물량을 거의 그대로 받아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비중으로 봐도 같은 그림입니다. 삼성선물 정희찬 연구원은 코스피 전체 거래에서 기타법인이 차지하는 순매수 비중이 평소 1%대에서 6%를 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분석했습니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거의 없던 수급 주체가 두 달 동안 시장의 균형을 잡아 온 셈입니다.
종목별로 보면 더 선명합니다
9월 한 달 치를 종목별로 떼어 보면 구조가 더 분명해집니다. 삼성전자는 기타법인이 10조2,964억원을 순매수하는 동안 개인이 8조6,220억원, 외국인이 4조8,922억원을 팔았습니다. SK하이닉스는 기타법인 순매수가 21조9,808억원이었고, 외국인이 11조5,844억원, 개인이 9조6,880억원을 내놨습니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의 51.2%를 차지합니다. 지수 절반을 차지하는 종목에서 매도 물량을 회사 본인이 받아내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10월 8일, 예고편을 이미 봤습니다
삼성전자 매입이 끝난 뒤 처음 맞은 주간이 어땠는지가 힌트가 됩니다. 10월 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7.97포인트(2.62%) 내린 6,625.93에 마감했습니다. 코스닥은 6.16포인트(0.69%) 내린 892.27이었습니다. 주 단위로는 전주 종가 7,003.74에서 377.81포인트, 5.39% 하락한 한 주였습니다.
그날 수급은 개인이 3조7,455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이 2조4,257억원, 기관이 2조990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같은 날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 매출 195조원을 발표했는데도 주가는 1.86% 내렸고 SK하이닉스는 1.97% 떨어졌습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장중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가 확대되며 낙폭이 커졌고, 연휴를 앞둔 경계 심리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업종별로는 운송장비·부품이 3.94%, 유통이 3.42%, 전기·가스가 2.69% 내렸습니다. 상승 업종은 섬유·의류(0.09%)와 부동산(0.02%) 둘뿐이었습니다. SK스퀘어가 7.79%,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39%, 현대차가 3.27% 하락했습니다. 사실상 전 업종이 동시에 밀린 하루였습니다.
이 공백을 메울 후보는 누구인가

빈자리를 채울 후보는 크게 넷입니다. 하나씩 조건을 따져 보겠습니다.
| 후보 | 현재 상태 | 조건 |
|---|---|---|
| 외국인 | 8~10월 대규모 순매도. 삼성전자 지분율 46.41%(10년 평균 52.92%) | 미 국채 10년물 금리·원달러 환율 안정 |
| 개인 | 10월 8일 3조7,455억원 순매수로 하단 방어 | 신용융자·예탁금 여력 유지 |
| 3분기 실적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영업이익 190조원 전망 | 실적 발표에서 이익 지속성 확인 |
| 추가 자사주 | SK하이닉스 임직원 지급용 자사주 162만5,769주 보유 | 성과급 재원 확보 목적의 재매입 여부 |
외국인 쪽은 역설적인 지점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46.41%까지 내려와 10년 평균인 52.92%를 크게 밑돕니다. 이미 많이 팔았다는 뜻이고, 추가 매도 여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다만 유안타증권 신현용 연구원은 거시 환경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추세적 매수 전환을 기대할 근거가 아직 제한적이라고 봤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 근처이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환경에서는 신흥국 주식으로 자금이 돌아오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실적은 숫자가 나쁘지 않습니다. 증권가 전망치를 모으면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110조원 안팎, SK하이닉스는 78조577억원으로 합산 190조원 수준입니다. 2분기(삼성전자 89조4,924억원, SK하이닉스 60조5,426억원)와 비교하면 각각 23%, 29% 늘어난 규모입니다. 다만 삼성전자 잠정치가 107조4,000억원으로 컨센서스를 다소 밑돈 점은 눈에 걸립니다.
추가 매입 가능성은 반쪽짜리입니다
자사주를 또 살 수 있느냐는 질문도 나옵니다. 두 회사는 사정이 다릅니다. 삼성전자가 산 물량은 전량 임직원 보상용이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약 탓에 대규모 소각용 추가 매입을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가 산 물량은 전량 소각용이어서, 임직원 성과급으로 줄 자사주는 따로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 보유 물량은 162만5,769주, 약 3조원 수준입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감안하면 추가로 수조원에서 10조원대 매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옵니다. 다만 이건 공시된 계획이 아니라 전망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시장이 놓치고 있는 것
여기서부터는 제 해석입니다. 지금 시장은 ‘자사주가 끝난다’를 악재로 읽고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먼저 이건 이미 알려진 일정입니다. 공시로 물량과 기한이 공개돼 있었고, 집행 속도가 빨라 조기 종료된다는 보도도 9월 중순부터 반복해 나왔습니다. 삼성증권 양일우 연구원은 수급을 걱정하는 투자자라면 이미 사전에 팔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는데, 저도 이쪽에 무게를 둡니다. 10월 6일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1조7,491억원, 코스피200 선물에서 4,550억원을 판 것이나 10월 8일 2조4,000억원대 순매도는 그 선반영 과정일 수 있다고 보입니다.
다음은 진짜 쟁점이 수급이 아니라 가격이라는 점입니다. 기타법인이 19거래일간 28조원을 받아내는 동안에도 지수가 오르지 못하고 10월 들어 주간 5.39% 하락한 사실은, 자사주가 ‘상승 동력’이 아니라 ‘완충재’였음을 보여 줍니다. 완충재가 빠지면 변동성은 커지지만 방향 자체는 결국 금리와 이익이 정합니다. 그래서 저는 10월 14일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자사주 종료보다 지수에 더 큰 변수라고 봅니다.
물론 이 판단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분명합니다. 자사주가 받아낸 28조원은 매일 장내로 꾸준히 들어온 돈이었습니다. 이런 수급은 호가 창의 두께를 바꿔 놓습니다. 개인이 하루 3조원을 순매수하더라도 그건 변동성이 커진 날 몰리는 돈이지, 매일 일정하게 들어오는 돈이 아닙니다. 외국인 매도가 지금 속도로 이어지는데 자사주가 빠진다면, 하루 등락 폭이 지난 두 달보다 확실히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희찬 연구원이 지적한 ‘지지 기반 약화’는 지수 레벨보다 변동성 측면에서 먼저 확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려는 건 지수 숫자가 아니라 기타법인 순매수가 0에 가까워진 날의 외국인 수급입니다. SK하이닉스 매입이 끝난 다음 날부터 사흘간, 기타법인이 빠진 자리를 누가 어느 정도 메우는지가 4분기 수급의 성격을 알려 줄 겁니다. 이건 예측이 아니라 확인 방법입니다.
이번 주 확인할 일정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는 미국 물가 지표가 몰려 있습니다. 14일 수요일에 9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연준 베이지북이 함께 나옵니다. 15일에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판매, 16일에는 산업생산이 발표됩니다.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7~28일로, 현재 기준금리는 3.75~4.00%입니다. 시장은 10월 동결 가능성을 78%, 12월 인상 가능성을 67%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3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됩니다. 16일은 배당 지급이 몰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종료 공시가 언제 나오는지가 겹칩니다. 거래소 공시 시스템에서 취득 결과 보고서가 올라오는 시점을 확인하면 공백이 시작되는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주 체크리스트 — ① SK하이닉스 자사주 취득 완료 공시 ② 기타법인 일별 순매수 금액의 감소 폭 ③ 10월 14일 미국 9월 CPI ④ 외국인 코스피200 선물 포지션
자주 묻는 질문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주가가 반드시 떨어지나요?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자사주 매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코스피는 10월 들어 주간 5.39% 하락했습니다. 매수 주체가 줄면 호가가 얇아져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지만, 방향은 금리와 기업 이익이 함께 결정합니다.
기타법인이 전부 자사주 매입인가요?
아닙니다. 기타법인에는 일반 법인의 매매가 모두 포함됩니다. 다만 8월 하순 이후 기타법인 순매수가 평소 1%대에서 6% 이상으로 급증한 배경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취득이 있었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는 어떻게 처리되나요?
삼성전자가 취득한 물량은 임직원 보상용이고, SK하이닉스가 취득한 물량은 전량 소각 대상입니다.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고, 임직원 보상용은 나중에 시장에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지금 코스피 지지선은 어디로 보나요?
특정 지수를 지지선으로 제시하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닙니다. 다만 10월 8일 종가 6,625.93이 3거래일 연속 하락 끝에 나온 주중 최저 수준이라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사주 매수가 이미 줄어들고 있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한 사실입니다.
마무리
두 달 동안 코스피에는 하루 1조5,000억원씩 사 주는 주체가 있었습니다. 이번 주에 그 주체가 사라집니다. 사라진다는 사실 자체는 공시에 다 적혀 있던 일이라 새로울 게 없지만, 그 자리를 무엇이 대신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10월 12일 이후 며칠 동안의 투자자별 매매동향이 그 답을 보여 줄 겁니다. 숫자가 나오기 전에 결론을 내리기보다, 어떤 숫자를 볼지 정해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자사주매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코스피 #수급공백 #기타법인 #증시분석 #반도체 #3분기실적 #미국CPI
참고 자료
- 파이낸셜뉴스 또 멀어진 칠천피…’삼전닉스 자사주 매입 종료’ 상쇄할 카드는? [주간 증시 전망] (2026.10.11)
- 이투데이 코스피, 연휴 앞두고 주중 최저 ‘6625’ 마감…외인·기관 4.5조 매도 (2026.10.08)
- 헤럴드경제 ‘이제 8거래일쯤 남았다’ 예견된 공포…’삼전닉스’ 넘어 코스피까지 걱정 [투자360] (2026.10.07)
- 파이낸셜뉴스 삼전닉스 자사주 매입 막바지…’수급 공백’ 메울 190조 실적 ‘기대’ (2026.10.05)
- 일요신문 코스피 ‘수급 공백’ 누가 메우나…삼전닉스 55조 자사주 매입 종료 눈앞 (2026.09.22)
본문 도표는 확인한 수치로 직접 제작했습니다. 수치 출처는 한국거래소 투자자별 매매동향,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 언론 보도이며 기준일은 도표 하단에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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