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스피를 무너뜨린 것은 실적도, 수급도 아니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바닷길이었습니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9월 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4.01포인트(1.76%) 내린 6,909.91에 장을 마쳤습니다. 이틀 연속 하락이자, 사흘 만에 다시 7,000선을 내준 종가입니다. 코스닥도 16.28포인트(1.95%) 하락한 820.64로 마감해 사흘간의 상승 흐름을 되돌렸습니다.
지수를 누른 재료는 전날 밤 뉴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7달러를 넘어섰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목전에 두고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숫자의 출발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예멘 서부의 한 항구 도시가 나옵니다. 오늘 글에서는 국제유가가 어떤 경로를 거쳐 코스피 7,000선까지 도달했는지를, 바닷길에서 시작해 종목 등락률까지 차례대로 따라가 보려 합니다. 오늘 오전 회차에서 다룬 금리와 물가 이야기는 배경으로만 짧게 쓰고, 초점은 유가가 만들어지는 쪽에 두겠습니다.
7,000선을 다시 내준 하루, 숫자부터
먼저 오늘 시장의 얼개입니다. 코스피는 6,909.91(-1.76%), 코스닥은 820.64(-1.95%)로 마감했고, 코스피200 선물은 2.13% 내린 1,088.30을 기록했습니다. 현물보다 선물의 낙폭이 더 컸다는 점은 장중 내내 헤지 성격의 매도가 붙어 있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거래대금은 코스피 19조4,000억원, 코스닥 6조4,00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수급은 전형적인 외국인 매도장이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3,041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1조2,000억원대를 함께 내놨습니다. 반대편에서 개인이 1조8,679억원을 받아냈고, 연기금이 2,659억원을 순매수하며 낙폭을 일부 막았습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 3,137억원·기관 2,160억원 순매도, 개인 5,117억원 순매수로 방향은 같았습니다. 다만 기관 수치는 집계 시점에 따라 매체별로 차이가 있어, 여기서는 장 마감 직후 잠정치를 기준으로 적었습니다.

업종을 보면 타격의 위치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코스피에서는 전기·전자가 2.7% 내려 가장 크게 밀렸고, 의료정밀 2.2%, 유통 1.8%, 금속 1.7% 순으로 하락했습니다. 코스닥에서는 비금속이 4.0%, 기계·장비가 3.2% 떨어졌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원가가 오르는 업종이 먼저 밀릴 것 같지만, 실제로 가장 크게 빠진 곳은 원유를 거의 쓰지 않는 반도체·전자 업종이었습니다. 이 어긋남이 오늘 시장의 성격을 보여주는 첫 번째 단서입니다.
시가총액 상위주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삼성전자는 3.53% 내린 25만9,500원, SK하이닉스는 2.21% 하락한 181만2,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삼성전자 우선주가 4.78%, SK스퀘어가 4.05%, 현대차가 1.67% 내렸습니다. 반면 KB금융은 2.60% 올랐고, 삼성화재는 6.03% 뛴 68만6,000원으로 시가총액 상위권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DB손해보험 2.95%, 현대해상 1.79%도 함께 올랐습니다. 시총 상위 30개 종목의 평균 등락률은 0.46% 하락으로, 지수 낙폭(1.76%)보다 오히려 작았습니다. 상승 10개, 하락 18개, 보합 2개였습니다.
지수는 1.76% 내렸는데 시총 상위 30종목의 평균은 0.46% 하락에 그쳤습니다. 지수 낙폭의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이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시장 전체가 팔린 하루가 아니라, 특정 성격의 자산이 골라서 팔린 하루였습니다.
방아쇠는 유가가 아니라 바닷길이었습니다
이제 원인 쪽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현지시간 9월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물은 전날보다 6.34% 급등한 배럴당 107.63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도 6.69% 오른 102.48달러였습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5월 1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하루에 6%대가 오른 것은 단순한 수요 변화로 설명되지 않는 폭입니다. 공급 쪽에서 무언가 끊긴 것입니다.
끊긴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 통로였습니다. 미국·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을 이용해 원유를 홍해 연안의 얀부항으로 옮겨 실어 내보내는 우회로에 의존해 왔습니다. 호르무즈가 막혀도 홍해가 열려 있으면 물량의 상당 부분은 시장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비상 출구마저 막히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은 지난 7월 홍해 봉쇄를 선언한 데 이어, 최근 홍해 입구의 요충지인 모카를 점령하고 바브엘만데브 해협 해안으로 진격했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후티는 모카를 접수한 뒤 홍해의 섬 지역까지 진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폭 30km 남짓의 좁은 길목입니다. 호르무즈가 걸프의 문이라면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의 문인데, 지금 그 두 문이 동시에 닫히고 있는 것입니다.
사우디 수출 13년 만의 최저라는 숫자
봉쇄의 결과는 이미 통계로 확인됩니다. 뉴욕타임스가 해운 분석업체 케플러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난 8월 하루 평균 원유 수출량은 약 320만 배럴로 13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집계 기관에 따라 303만 배럴로 잡히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전월 대비 30% 안팎이 사라졌다는 결론은 같습니다. 프레시안이 인용한 자료에서는 7월 하루 510만 배럴에서 8월 310만 배럴로 줄었다고 전합니다.
생산량도 함께 내려앉았습니다. 8월 사우디의 원유 생산은 하루 623만 배럴로 전월보다 23% 감소했고, 일부 보도에서는 이를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서는 8월 얀부항의 원유 수출이 7월 대비 약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란전쟁 이전 사우디의 하루 수출량이 700만 배럴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의 공급 능력이 절반 이하로 내려간 셈입니다.

여기에 운송 자체의 비용도 뛰고 있습니다. 유조선 운임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후티의 선박 공격 때문에 일부 유조선은 사우디산 원유를 지중해 수출항에서 실은 뒤 수에즈운하와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아시아로 향하고 있습니다. 같은 원유를 같은 곳으로 보내는 데 훨씬 긴 항로와 더 비싼 배가 필요해졌다는 뜻입니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 인근에서는 위치추적장치를 끈 ‘깜깜이 운항’까지 확산되고 있어, 공급 통계 자체의 신뢰도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S&P글로벌의 에너지 부문 담당 부사장은 현 상황을 두고 “유가시장이 뉴노멀인 높은 가격에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파이크 뒤 원위치가 아니라, 높은 가격대 자체가 새 기준선이 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유가가 코스피로 건너온 경로는 금리였습니다
여기서 한국 시장으로 넘어옵니다. 유가가 오르면 한국 증시는 보통 두 개의 경로로 영향을 받습니다. 첫째는 원가 경로입니다. 항공·해운·화학처럼 기름을 많이 쓰는 업종의 비용이 늘어납니다. 둘째는 금리 경로입니다. 유가가 물가를 밀어 올리고, 물가가 중앙은행의 긴축 기대를 자극하고, 그 기대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려 주식의 할인율을 높입니다. 오늘 코스피를 누른 것은 압도적으로 두 번째 경로였습니다.
숫자로 보면 분명합니다. 현지시간 9월 10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0.125%포인트 오른 4.969%로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30년물은 0.075%포인트 상승한 5.368%였습니다. 영국·독일·프랑스의 10년물도 0.053~0.115%포인트 일제히 올랐고, 일본 10년물은 3.0%에 도달했습니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5.4% 올라 시장 예상치 5.3%를 웃돈 것도 금리 상승에 힘을 보탰습니다.
이 파장은 국내 채권시장으로 그대로 넘어왔습니다. 오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8.1bp, 10년물은 8.5bp 올랐습니다. 원·달러 환율도 6.7원 오른 1,345.9원으로 마감해 1,340원대 중반까지 밀렸습니다. 금리가 오르고 환율이 오르는 조합은 외국인 자금에 가장 불리한 조합인데, 실제로 외국인은 2조3,000억원대를 팔았습니다.
그리고 이 경로에서 가장 크게 다치는 자산이 먼 미래의 이익을 현재 가치로 끌어와 평가받는 성장주입니다. 반도체 대형주가 여기에 정확히 해당합니다. 매일경제가 지적한 대로, 당장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미래 성장 기대에 주가가 크게 의존할수록 할인율 상승의 타격이 커집니다. 원유를 거의 쓰지 않는 전기·전자 업종이 오늘 가장 크게 빠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 시장에서 유가는 원가가 아니라 할인율의 얼굴을 하고 들어온 것입니다.
업종별로 갈린 계산서
반대로 이 국면에서 이익이 늘어나는 쪽도 분명합니다. 지난 한 주 국내 증시에서 정유·석유화학주는 뚜렷한 강세를 보였습니다. 9월 4일 한국거래소 기준 에쓰오일(S-Oil)이 9.94%, GS가 5.05%, SK이노베이션이 4.97% 올랐고, 9월 9일에는 SK이노베이션이 11.23% 급등 마감하며 정제마진 개선 기대를 반영했습니다. 같은 날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도 10%대 급등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유가 상승이 언제나 정유주 상승은 아니라는 점도 같은 주에 확인됐습니다. 9월 10일에는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다시 뚫었는데도 에쓰오일이 7.11%, SK이노베이션이 0.59% 내렸습니다. 앞서 기대를 크게 선반영한 종목에서 차익실현 물량이 나온 것입니다. 대신 한국석유(11.08%), 중앙에너비스(9.89%) 같은 석유 유통·중소형주로 자금이 옮겨갔습니다. 재료가 같아도 이미 얼마나 반영됐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는 점은 이 국면에서 계속 확인할 대목으로 보입니다.
가장 무거운 청구서를 받는 쪽은 항공입니다. 대한항공의 2026년 2분기 연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해 전체 영업비용의 42%를 차지했습니다. 매출은 5조원을 넘겼지만 영업이익은 34% 줄었고,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부담에 환율까지 겹치며 2분기에만 1,45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올해 18단계에서 33단계까지 올랐다가 27단계로 내려온 상태인데, 지금의 유가가 유지되면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구분 | 유가 107달러의 영향 | 최근 주가 흐름 |
|---|---|---|
| 정유 | 정제마진 개선, 재고평가이익 발생 | 9/9 SK이노베이션 +11.23%, 9/10 에쓰오일 -7.11%(차익실현) |
| 석유화학 | 제품가 전가 기대, 원가 부담 동시 발생 | 9/9 롯데케미칼·대한유화 10%대 급등 |
| 반도체·전자 | 원가 영향은 작지만 할인율 상승에 직격 | 9/11 삼성전자 -3.53%, SK하이닉스 -2.21% |
| 항공 | 연료비·환율 이중 부담, 유류할증료 재인상 압력 | 2Q 연료비 +111%, 영업이익 -34%(대한항공) |
| 보험·은행 | 장기금리 상승 시 운용수익률 개선 기대 | 9/11 삼성화재 +6.03%, KB금융 +2.60% |
오늘 삼성화재가 6%대로 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힙니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과 부채 평가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유가가 만든 금리 상승이 반도체에는 악재로, 보험에는 호재로 정반대로 번역된 하루였습니다.
유가 107달러가 남기는 거시 청구서
종목 단위를 넘어 경제 전체로 보면 숫자는 더 커집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3월 중동 전쟁 시나리오 분석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오를 경우 수입액이 8.6%포인트 늘고 무역수지가 649억 달러(약 97조8,000억원) 악화된다고 추정했습니다. 소비자물가는 0.9%포인트 추가로 오르고,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이 최대 0.5%포인트 깎여 1.5%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한국은 원유를 거의 전량 수입합니다. 그중 중동산 비중이 절대적이고,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 원유의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호르무즈가 막혀 사우디가 홍해로 돌아갔는데, 이제 그 홍해마저 닫히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가격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조달 경로 자체가 좁아지는 국면입니다. 운임 상승분까지 더하면 실제 도입 단가는 국제 시세보다 더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수급 쪽 체력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8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는 코스피를 14조7,070억원 순매도했습니다. 지난달까지 넉 달 연속 순매수하던 흐름과는 정반대입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9월 초 기준 93조원대로 100조원을 밑돌고 있습니다. 오늘 개인이 1조8,000억원대를 받아내긴 했지만, 월간 흐름으로 보면 개인 자금은 증시를 빠져나가는 쪽에 서 있습니다. 외국인이 팔 때 받아줄 체력이 얇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왜 이번엔 쉽게 내려오지 않을 수 있을까
여기서부터는 사실 전달이 아니라 제 해석입니다. 지난 몇 년간의 유가 급등은 대체로 한 개의 병목에서 비롯됐습니다. 특정 산유국의 감산, 특정 해협의 일시적 긴장, 특정 시설의 피격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 국면은 병목이 풀리면 가격도 함께 내려왔고, 시장은 그 학습을 근거로 유가 급등을 ‘지나가는 변수’로 취급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이번 국면이 다르게 보이는 지점은 병목이 두 개라는 점입니다. 호르무즈가 막혀 만들어진 우회로가 홍해였는데, 그 우회로가 다시 막히고 있습니다. 우회로의 우회로는 아프리카를 도는 항로인데, 이건 시간과 운임을 크게 늘립니다. 사우디의 수출이 13년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는 숫자는 단발성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나갈 길이 줄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유가 상승이 이전보다 오래 머무를 가능성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둡니다. S&P글로벌이 말한 ‘뉴노멀’이라는 표현도 같은 인식으로 보입니다.
진짜 쟁점은 유가 자체가 아니라 이 유가를 중앙은행들이 어떻게 읽느냐라고 생각합니다. 공급 충격에서 온 물가 상승은 원래 통화정책으로 다루기 어려운 종류입니다. 금리를 올린다고 홍해가 열리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미국 10년물이 5%에 다가서고 일본 10년물이 3%에 닿은 것은, 시장이 각국 중앙은행의 인내심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코스피에 실제로 부담을 주는 것은 유가 자체보다 이 해석 쪽입니다.
다만 이 판단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분명히 있습니다. 첫째, 오늘 장 후반에 원유 공급 안정화 기대가 퍼지며 유가가 되밀렸고 코스피 낙폭도 줄었습니다. 실제로 국내 시간 기준 WTI는 101.09달러로 1.36%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휴전 논의나 항로 재개 소식 하나로 방향이 바뀔 수 있는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둘째, 중동 공급이 줄어든 자리를 미국·브라질·가이아나의 증산이 얼마나 메우느냐에 따라 균형점이 달라집니다. 셋째, 반도체 업황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닙니다. TSMC의 8월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같은 주에 나왔습니다. 오늘 하락이 실적이 아니라 할인율에서 왔다면, 금리가 진정될 때 되돌림도 그만큼 빠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저는 오늘 하락을 ‘반도체 이야기가 끝났다’는 신호로 읽지 않습니다. 다만 유가가 만들어내는 금리 압력이 당분간 지수의 상단을 누르는 변수로 남을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이 판단은 홍해 항로가 정상화되거나 미국 물가가 빠르게 꺾이면 바뀝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표와 일정
방향을 가늠하려면 다음 항목들을 순서대로 보면 됩니다.
-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 오늘 저녁 발표됩니다. PPI가 예상을 웃돈 뒤라 시장의 경계감이 큽니다. 에너지 가격이 헤드라인을 얼마나 밀어 올렸는지, 근원 물가는 어떤지를 나눠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다음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 유가발 물가 상승을 일시적 요인으로 볼지, 대응이 필요한 신호로 볼지가 성명서와 점도표에 드러납니다.
- 미 10년물 국채금리의 5% 돌파 여부 — 오늘 4.969%로 마감했습니다. 이 선을 넘어 머무는지가 성장주 할인율의 기준점이 됩니다.
- 케플러 등의 주간 사우디 수출 물량 — 320만 배럴 아래로 더 내려가는지, 반등하는지가 유가의 방향을 먼저 알려줍니다. 얀부항 선적 실적도 함께 볼 대목입니다.
- 유조선 운임(VLCC 운임지수) — 운임이 계속 사상 최고권에 머무르면 실제 도입 단가는 국제 시세보다 더 오릅니다.
- 국내 수급 —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지는지, 투자자예탁금이 90조원선을 지키는지를 함께 보면 지수의 하방 체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정유·석유화학의 3분기 실적 — 정제마진 개선이 기대에 그치지 않고 숫자로 확인되는지가 최근 강세의 근거를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유가가 오르면 정유주가 오르는데, 왜 코스피는 내렸나요?
정유·석유화학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유가 상승이 금리 상승으로 번역되면서 할인율 부담을 직접 받았습니다. 오늘 전기·전자 업종은 2.7% 하락해 코스피 업종 중 낙폭이 가장 컸습니다.
사우디 원유 수출이 줄었다는 숫자가 매체마다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박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추정하는 민간 집계이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케플러 기준으로는 8월 하루 320만 배럴, 다른 집계에서는 303만 배럴로 나타납니다. 최근 호르무즈 인근에서 위치추적장치를 끄고 운항하는 선박이 늘면서 추정의 오차도 커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전월 대비 30% 안팎 감소했다는 방향성은 공통됩니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는 무엇이 다른가요?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외해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로, 사우디·이라크·쿠웨이트·UAE의 원유가 지나갑니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 남쪽 끝에서 아덴만으로 나가는 길목으로, 수에즈운하를 통한 유럽행 항로의 관문입니다. 사우디는 호르무즈가 막히자 송유관으로 원유를 홍해 얀부항까지 옮겨 바브엘만데브를 통해 내보냈는데, 지금은 이 경로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오늘 낙폭이 장중보다 줄어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 후반 원유 공급 안정화 기대가 확산되며 유가가 되밀렸기 때문입니다. 국내 시간 기준 WTI는 101.09달러로 1.36%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코스피는 장중 6,800선까지 밀렸다가 6,909.91로 마감했습니다.
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반영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국제유가는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고, 전기·가스요금이나 가공식품 가격처럼 간접 경로는 그보다 더 오래 걸립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유가가 100달러 안팎에 머물 경우 소비자물가가 0.9%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정리하며
오늘 코스피 6,909.91이라는 숫자의 출발점은 예멘 서부의 항구였습니다. 후티 반군이 모카를 점령하며 홍해 입구를 압박했고, 호르무즈 봉쇄로 이미 홍해에 의존하고 있던 사우디의 원유 수출이 하루 320만 배럴로 13년 만의 최저까지 내려앉았습니다. 그 결과 브렌트유가 107.63달러로 뛰었고, 물가 우려가 미국 10년물 금리를 4.969%까지 밀어 올렸으며, 그 할인율 상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눌러 코스피 7,000선을 무너뜨렸습니다.
같은 재료가 업종별로는 정반대로 번역됐습니다. 정유와 보험은 웃었고, 반도체와 항공은 울었습니다. 지수 하나만 보면 단순한 급락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자산의 성격에 따라 자금이 정교하게 재배치된 하루였습니다. 지금 시장이 답을 기다리는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이 유가가 스쳐 가는 것인지, 아니면 새 기준선인지입니다. 그 답의 첫 조각은 오늘 저녁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두 번째 조각은 다음 주 FOMC에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자료
- 한국경제 홍해發 ‘유가 쇼크’…사우디 원유 수출 33% 줄었다 (2026.09.11)
- 더리포트 코스피 6909.91···외국인·기관 동반 매도에 전기전자 직격 (2026.09.11)
- 뉴스투데이 [마켓펄스] “7천피에서 미끄러진 코스피”…CPI 발표 앞두고 경계심 ↑ (2026.09.11)
- 비즈니스포스트 [오늘의 주목주] 삼성화재 주가 6%대 올라, 코스피 ‘유가·금리 부담’에 하락 (2026.09.11)
- 파이낸셜뉴스 호르무즈·홍해 다 막힌 사우디, 원유 수출 13년만에 최저 수준 (2026.09.10)
- 매일경제 “기름값 100달러 뚫자 주가도 출렁”…정유 뜨고 항공 울었다 (2026.09.10)
- 조선일보 국회예산정책처 “중동 전쟁 장기화 시 성장률 최대 0.5%p 깎여 1.5%” (2026.03.27)
본문 도표는 확인한 수치로 직접 제작했습니다. 각 수치의 출처는 이미지 하단과 본문에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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