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국내 증시의 관심은 온통 한 건의 외신 보도에 쏠렸습니다. 로이터가 16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가 인텔과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한 것입니다. 전날 밤 나온 이 보도 한 줄에 인텔 주가는 정규장에서 4.03% 오른 101.05달러로 마감했고, 시간외에서도 1%가량 더 올랐습니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이 장 초반부터 들썩였습니다.
같은 날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보도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긴축이라는 대형 악재를 옆으로 밀어낼 만큼의 이슈였다는 뜻입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땅에서 D램을 찍은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로이터가 전한 내용, 그리고 회사가 한 말
로이터는 사안을 아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두 회사가 미국 내 메모리 생산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SK하이닉스가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짓다 만 생산시설 일부를 임차하는 방안, 그리고 SK하이닉스·인텔에 메모리 확보가 급한 대형 클라우드 기업까지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안이 거론됐습니다.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은 절제돼 있었습니다. 회사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보도에 언급된 특정 기업과의 협력이나 미국 내 메모리 생산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두 가지 시나리오 어느 쪽도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부인의 강도가 약합니다. “사실무근”이 아니라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인텔 역시 로이터에 “추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오하이오 부지 준비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부인의 문장을 뜯어보면, 협의 자체를 없던 일로 돌린 곳은 어느 쪽에도 없습니다.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사실상 남아 있는 셈입니다.
왜 하필 인텔의 오하이오 공장인가

인텔은 2022년 오하이오주에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를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 당시에는 미국 반도체 부활의 상징처럼 다뤄졌습니다. 그런데 이후 인텔의 재무 사정이 나빠지고 파운드리 수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서 공사가 거듭 미뤄졌고, 가동 목표는 2030년 이후로 밀려난 상태입니다. 부지와 기반 공사에는 돈이 들어갔는데 가동해서 돈을 벌 시점은 계속 멀어진, 인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자산이 된 것입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반대로 읽힙니다. 미국에 전공정 팹을 새로 지으려면 부지 선정부터 인허가, 용수·전력 인프라 확보까지 수년이 더 걸립니다. 이미 인프라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공간을 빌리면 그 시간을 통째로 줄일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쪽이 신규 구축보다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같은 업계 관계자들은 장비와 공정을 새로 깔아야 하는 만큼 비용과 생산 효율을 따져보려면 상당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함께 답니다. 로직 팹으로 설계된 공간을 메모리용으로 바꾸는 일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지리적으로도 말이 되는 조합
SK하이닉스는 이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팹을 짓고 있습니다. 2024년 인디애나주와 투자 협약을 맺고 38억 7,0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프로젝트로, 지난 8월 27일 기공식을 열었고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최대 4억 5,000만 달러 수준의 보조금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 인디애나 팹과 인텔의 오하이오 부지는 직선거리로 약 350km, 도로로는 400km 안팎입니다. 자동차로 네 시간 거리입니다. 오하이오에서 웨이퍼를 뽑고 인디애나에서 패키징까지 마치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한국에서 웨이퍼를 만들어 배로 실어 나르던 구조가 미국 안에서 완결되는 형태로 바뀌는 셈입니다.
거론되는 두 갈래 — 임차와 합작

| 구분 | A안 · 공장 임차 | B안 · 합작법인 |
|---|---|---|
| 구조 | 인텔 오하이오 시설 일부를 SK하이닉스가 빌려 직접 운영 | SK하이닉스·인텔·클라우드 기업이 지분을 나눠 법인 설립 |
| 장점 | 의사결정이 단순하고 착수가 빠름 | 수요처를 미리 확보, 투자 부담 분산 |
| 부담 | 장비·공정 전환 비용을 홀로 감당 | 지분·기술 통제 구조가 복잡해짐 |
| 기술 유출 관리 | SK하이닉스가 통제권 유지 | 참여사 간 조율 필요, 심사 난도 상승 |
두 안은 성격이 꽤 다릅니다. A안은 속도를 사는 선택이고, B안은 위험을 나누는 선택입니다. B안에서 거론되는 ‘클라우드 기업’이 누구인지가 관건입니다. 로이터 보도에서 언급된 것은 인텔의 클라우드 고객사들인데, AI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라면 메모리를 장기로 확보하는 대가로 팹 투자에 지분을 태울 유인이 있습니다. 서버 D램 가격이 1년 사이 5.5배 수준으로 뛰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들의 절박함이 이해가 됩니다.
배경에는 최대 100% 관세 압박이 있습니다
이 논의를 그냥 기업 간 딜로만 보면 절반만 읽는 것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을 늘리지 않을 경우 최대 100%의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해 왔습니다. 미국은 여기에 더해 미국 내 제조 약속의 수준에 따라 관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2차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에 반도체 시설을 갖고 있거나 짓고 있지만, D램·낸드 전공정 공장은 없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약 50조원) 이상을 투입해 파운드리 단지를 조성하고 있지만 그것은 위탁생산 시설입니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팹은 후공정인 패키징 시설입니다. 미국 정부가 관세 감면 실적을 ‘전공정 메모리 생산’ 기준으로 좁게 본다면 두 회사 모두 빈손이 됩니다. 반대로 기업 단위 투자 총액을 인정해준다면 여유가 생깁니다. 이번 협의설은 그 판정선이 어디에 그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보험 성격의 움직임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고객과 각국 정부로부터 공급 확대 압박을 받고 있다”며 미국 내 공장 건설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회장은 인디애나 패키징 시설 외에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고, 전력·용수·인력·공급망 여건이 갖춰지면 메모리 생산공장 건설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두 달 만에 그 발언이 구체적인 협상 보도로 돌아온 셈입니다.
시장은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17일 국내 증시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라는 악재와 이 반도체 뉴스가 맞부딪히는 하루였습니다. 코스피는 전일 종가 6,717.97에서 1% 넘게 오른 6,780선까지 올라섰다가, 장중 6,760선 안팎에서 힘겨루기를 이어갔습니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전날(16일) 코스피는 90.71포인트(1.37%) 오른 6,717.97, 코스닥은 3.57포인트(0.44%) 오른 815.98로 마감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대장주 안에서의 손바뀜입니다. 오전 한때 개인 투자자 순매수 1위가 SK하이닉스, 순매도 1위가 삼성전자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생산 카드를 먼저 쥔 쪽’에 자금이 몰린 것입니다. 다만 두 종목 모두 장중 등락이 컸습니다. 오전 11시대에는 SK하이닉스가 1.02% 내린 174만 1,000원, 삼성전자가 0.20% 내린 25만 3,000원까지 밀렸다가, 오후 2시대에는 SK하이닉스 177만 원(+0.63%), 삼성전자 25만 5,500원(+0.79%)으로 되돌렸습니다. 하루 안에서 방향이 여러 번 바뀐 셈입니다.
정작 크게 오른 것은 소부장이었습니다
| 종목 | 17일 장중 등락률 | 연관 고리 |
|---|---|---|
| 한양디지텍 | +15.10% | 메모리 모듈·패키징 연관 |
| 하나마이크론 | +7.01% | 반도체 후공정 |
| 드림텍 | +6.89% | 부품·모듈 |
| 파두 | +7%대 | CXL·컨트롤러 |
| 엑시콘 | +6%대 | CXL 검증 장비 |
대장주가 보합권에서 헤매는 동안 후공정·장비·소재 종목들이 더 크게 움직였습니다. 미국에 새 팹이 생기면 장비와 소재를 납품할 협력사들에게 물량이 배정된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협의 단계의 보도라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수급 쪽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외국인은 16일까지 6거래일 연속 코스피에서 11조 9,462억 원을 순매도했고, 17일에도 7거래일째 ‘팔자’를 이어가며 오후 한때 1조 5,000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10조 원 가까이 덜어낸 것으로 집계됩니다. 지수를 떠받친 것은 16일 1조 2,104억 원을 순매수한 기관이었습니다.
걸림돌 — 국가핵심기술과 호남 클러스터

성사 여부를 가를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있습니다. 산업통상부는 미국 내 생산 여부 자체는 기업의 재량이라면서도, 국가핵심기술과 관련된 경우 산업기술보호법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첨단 D램이나 HBM처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이 적용되는 제품이라면 해외 생산에 앞서 기술 이전에 대한 보호 조치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절차가 붙는다는 뜻이고,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HBM 전공정을 통째로 미국에 넘기는 그림은 현실성이 낮다고 봅니다.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는 것은 데이터센터용 DDR 계열 D램 생산이나, HBM에서도 패키징 영역에 국한한 협력입니다.
정부의 산업정책과도 부딪힙니다.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서남부 지역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서두르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국내에 투자하라는 압박과 미국에 투자하라는 압박이 동시에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올해 말 기준 D램 웨이퍼 월 생산능력은 삼성전자 72만 장, SK하이닉스 59만 5,000장, 마이크론 38만 5,000장, 중국 CXMT 35만 장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마이크론은 아이다호와 뉴욕에서 신규 공장을 짓고 있어, 미국 현지 생산에서는 이미 한 걸음 앞서 있습니다.
이 소식을 어떻게 볼까
개인적으로는 이번 보도의 핵심이 ‘미국 공장을 짓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메모리 기업이 언제부터 정치적 자산이 되었나’에 있다고 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팹의 위치는 원가와 인력, 전력 단가로 결정되는 공학적 문제였습니다. 지금은 관세율과 기술 심사, 동맹국 산업정책이 그 자리를 밀어냈습니다. 오하이오 팹 임차설이 나온 날 인텔 주가가 4% 오른 것도 인텔이 메모리를 잘 만들 수 있어서가 아니라, 놀리던 자산에서 현금이 나올 길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진짜 쟁점은 수익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메모리는 원가 경쟁이 극단적인 산업입니다. 같은 D램을 미국에서 만들면 한국에서 만들 때보다 비싸집니다. 그 차이를 보조금과 관세 회피분이 메워줄 수 있느냐가 결국 계산의 전부입니다. 지금처럼 서버 D램 값이 1년 새 5.5배로 뛰어 있는 국면에서는 원가 몇 퍼센트가 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 하지만 메모리 사이클은 반드시 돌아섭니다. 가격이 정상화된 뒤에도 미국 팹이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가 이 딜의 진짜 시험대로 보입니다.
제 판단이 틀릴 수 있는 지점도 분명합니다. 만약 합작법인 형태로 하이퍼스케일러가 장기 구매 계약과 함께 지분을 태운다면, 가동률 위험이 상당 부분 사라집니다. 그 경우 원가 논리는 힘을 잃고 이 딜은 훨씬 좋은 거래가 됩니다. 반대로 임차 방식으로 SK하이닉스가 혼자 짊어지는 구조라면, 저는 부담 쪽에 무게를 두고 보겠습니다. 어느 방식으로 결론이 나는지가 평가를 통째로 바꾼다고 봅니다.
주가 측면에서 한 가지 더 짚자면, 오늘 가장 크게 오른 것이 대장주가 아니라 소부장이었다는 점은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확정되지 않은 뉴스에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이 먼저 반응하는 것은 흔한 패턴이고, 협상이 길어지거나 방향이 바뀌면 되돌림도 그만큼 빠릅니다. 기대가 실제 발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최소 수년이 걸리는 일정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편이 낫겠습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표와 일정
- 양사의 공식 발표 여부 — “검토 중”에서 “합의”로 표현이 바뀌는 시점이 1차 분기점입니다.
- 산업통상부의 산업기술보호법 심사 착수 여부 — 국가핵심기술 판단이 나오면 협력의 범위(전공정이냐 패키징이냐)가 드러납니다.
- 미국의 반도체 품목관세 2차 조치 내용 — 관세 감면 실적을 전공정 기준으로 보는지, 기업 단위 투자 총액으로 보는지가 관건입니다.
- 인텔의 오하이오 공사 재개 신호 — 발주와 인력 채용이 다시 늘어나는지 보면 실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 외국인 수급의 전환 여부 — 7거래일 연속 매도 흐름이 꺾이는지가 지수 방향의 선행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 서버 D램 고정거래가 — 가격 상승세가 유지돼야 미국 증설 논리가 계속 힘을 받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메모리를 만드는 것이 확정된 건가요?
아닙니다. 로이터가 협의 사실을 보도했고, SK하이닉스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임차와 합작법인 두 시나리오 모두 검토 단계입니다.
왜 인텔 공장을 빌린다는 얘기가 나오나요?
인텔이 2022년 발표한 오하이오 1,000억 달러 프로젝트가 재무 사정으로 지연되면서 가동 시점이 2030년 이후로 밀렸기 때문입니다. 인텔은 부담을 덜고, SK하이닉스는 신규 부지 개발에 드는 수년을 아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성사되면 언제부터 생산이 가능한가요?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패키징 팹이 2026년 8월 기공해 2029년 양산 목표이고, 인텔 오하이오 팹의 가동 목표는 2030년 이후입니다. 전공정 팹은 장비 반입과 수율 확보에만 수년이 걸립니다.
삼성전자에는 불리한 소식인가요?
17일 장중에는 개인 순매도 1위가 삼성전자, 순매수 1위가 SK하이닉스로 나타나며 상대적 온도차가 있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도 텍사스 테일러에 370억 달러 이상을 투자 중이고, 관세 감면 실적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현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참고 자료
- 머니투데이 SK하이닉스, 미국서 반도체 만드나…인텔 ‘골칫거리’ 해결? 주가 급등 (2026.09.17)
- 헤럴드경제 SK하이닉스 ‘메이드 인 USA’ 메모리 시대 여나 (2026.09.17)
- 한국경제TV 인텔에 손 내민 SK하이닉스…묘수일까 악수일까 (2026.09.17)
- 녹색경제신문 SK하이닉스, 美 메모리 생산 ‘우회로’ 찾나…인텔 오하이오 팹 주목 (2026.09.17)
- Korea JoongAng Daily SK hynix weighs Ohio factory lease amid investment, production push from Washington (2026.09.16)
- 서울경제 서버 D램값 1년새 5.5배…AI 수요, 감속론 압도 (2026.09.17)
- 뉴스투데이 [N2 증시 풍향계] 우주항공·반도체 소부장株 ‘불기둥’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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