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돈을 더 많이 벌면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 교과서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내 증시는 정확히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한 분기에 영업이익 107조원을 벌었다고 발표했는데, 발표 당일 주가는 2.42% 내렸습니다. 지수는 넉 달 전 고점에서 27% 넘게 빠졌습니다. 그 결과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26배까지 내려왔습니다.
국내 증시는 한글날 연휴로 사흘을 쉬고 10월 12일 월요일에 다시 열립니다. 숫자가 멈춰 있는 지금, 이 괴리가 왜 생겼고 무엇을 봐야 풀리는지 한 번 정리해 두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이 글은 10월 10일까지 확인된 자료만으로 그 작업을 해보려 합니다.
한 주 만에 377포인트, 무슨 일이 있었나
기호일보가 정리한 10월 둘째 주 시장 브리핑에 따르면, 코스피는 10월 2일 7,003.74포인트에서 10월 8일 6,625.93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 한 주 동안 377.81포인트, 5.39%가 사라진 셈입니다. 7,000선을 찍은 지 단 세 거래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0월 8일 하루에만 2.62%가 빠졌습니다. 이날은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 실적을 내놓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상승 출발했던 지수가 장중에 방향을 틀었고, 반도체·금융·바이오 대형주가 함께 밀렸습니다.
반면 코스닥은 같은 기간 893.29포인트에서 892.27포인트로 1.02포인트(0.11%)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지수 이름만 다른 것이 아니라, 사실상 다른 시장이 움직였다고 볼 만한 격차입니다.
지수 안에서도 갈렸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코스피 내부의 분화입니다. 같은 브리핑 기준으로 주간 등락률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수 | 주간 등락률 |
|---|---|
| 코스피 | -5.39% |
| 코스피200 | -5.82% |
| 코스피100 | -5.99% |
| 코스피50 | -6.19% |
| 코스피200 제외 | -0.35% |
종목 수를 좁힐수록 낙폭이 커집니다. 코스피50이 가장 많이 빠졌고, 코스피200에서 빠진 나머지 종목들은 0.35%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이번 하락은 시장 전체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뜻입니다.

선행 PER 5.26배라는 숫자
대신증권이 10월 10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5.26배로 역사적 저점권까지 내려왔습니다. 반면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1,293.5포인트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이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지금 시장의 구조가 보입니다. PER은 주가를 이익으로 나눈 값입니다. 분모인 이익 전망치는 올라가는데 분자인 주가가 내려가면 PER은 빠르게 줄어듭니다. 지금이 딱 그 상태입니다. 기업의 돈 버는 능력이 나빠져서 주가가 빠진 것이 아니라, 이익이 늘어나는 와중에 가격만 내려간 국면입니다.
대신증권은 선행 PER이 6.0배 수준으로만 회복돼도 코스피가 7,700선을 다시 넘어설 수 있다고 봤습니다. 선행 EPS 1,293.5포인트에 6배를 적용하면 나오는 계산입니다. 다만 이것은 밸류에이션 정상화를 가정한 산술이지,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같은 리포트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05조원 수준까지 하향 조정돼 왔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눈높이가 이미 낮아진 상태에서 나온 하락이라는 점에서, 시장이 우려를 상당 부분 미리 반영했다는 해석입니다.
107조를 벌고도 주가는 내렸습니다
삼성전자가 10월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은 숫자만 보면 압도적입니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 4,000억원, 영업이익률 55.1%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782.5%에 달합니다.
그런데 그날 삼성전자는 2.42% 내린 26만 2,000원에 마감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2.44% 떨어진 168만 1,000원이었습니다. 역대급 실적 발표일에 두 종목이 나란히 2%대로 빠진 것입니다.
왜 실적과 주가가 따로 놀았나
보도들이 공통으로 짚은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실적 발표 자체가 재료 소멸로 작용하며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습니다. 둘째, 금리 부담입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 주 동안 3.930%에서 3.994%로 6.4bp 올랐습니다. 셋째, 유가입니다. 같은 기간 WTI는 배럴당 90.33달러에서 91.00달러로 0.74% 올랐습니다.
세 가지 모두 그 자체로는 크지 않은 변화입니다. 다만 주가가 이미 높은 자리에 있던 대형주 입장에서는, 작은 역풍도 차익실현의 명분이 됩니다.

업종별로 보면 더 선명합니다
주간 업종 등락률을 보면 이번 하락의 성격이 더 분명해집니다. 지수가 5.39% 빠지는 동안에도 오른 업종이 있었습니다.
| 업종 | 주간 등락률 |
|---|---|
| 의료·정밀기기 | +11.99% |
| 섬유·의류 | +1.91% |
| 화학 | +1.66% |
| 기계·장비 | -4.01% |
| 제약 | -5.50% |
| 전기전자 | -5.83% |
| 금속 | -6.06% |
| 운송장비·부품 | -8.68% |
의료·정밀기기가 11.99% 오른 반면 운송장비·부품은 8.68% 내렸습니다. 두 업종의 격차가 한 주 만에 20%포인트를 넘습니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는 5.83% 하락해 지수 평균보다 더 빠졌습니다.
의료·정밀기기 강세는 의료 인공지능과 진단기기 쪽으로 순환매가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흐름으로 읽힙니다. 지수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대형주에서 중소형 테마로 자리를 옮긴 쪽에 가깝습니다. 코스피200 제외 지수가 0.35% 하락에 그친 것과 같은 그림입니다.
외국인 197조, 돈은 어디로 갔나
헤럴드경제가 10월 9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연초부터 10월 8일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도는 197조 320억원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85조 4,990억원, SK하이닉스가 86조 1,310억원으로 두 종목만 합쳐 171조원을 넘습니다. 외국인 매도의 87% 가까이가 반도체 두 종목에 집중된 셈입니다.
코스피50이 가장 크게 빠진 이유도 여기서 설명이 됩니다. 지수 하락의 상당 부분은 업황이나 실적이 아니라 특정 종목에 몰린 수급의 결과였습니다.
개인 자금 사정도 빡빡해졌습니다. 투자자예탁금은 10월 7일 기준 100조 3,796억원으로, 6월 말 121조 6,339억원에서 21조원 넘게 줄었습니다. 넉 달 만에 17.5%가 빠진 것입니다. 지수가 밀릴 때 받아줄 대기 자금 자체가 얇아졌다는 뜻입니다.
같은 기간 해외 시장은 올랐습니다
비교 대상이 있어야 체감이 됩니다. 코스피가 6월 22일 종가 최고치 9,114.55포인트에서 10월 8일 6,625.93포인트까지 27.30% 내리는 동안(6월 19일 장중 최고치 9,385.59 기준으로는 29.40% 하락), 같은 기간 나스닥은 5.24% 올랐고 10월 6일 사상 최고치를 썼습니다. 대만 가권지수는 4.33% 상승하며 역시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닛케이지수는 0.35% 오르며 7만선을 지켰습니다.
10월 둘째 주만 떼어 봐도 미국 3대 지수는 모두 올랐습니다. 다우는 51,655.18포인트로 0.93%, S&P500은 7,810.47포인트로 1.14%, 나스닥은 27,366.17포인트로 0.64% 상승했습니다. 같은 주에 코스피만 5.39% 빠진 것입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볼까
여기서부터는 제 해석입니다. 저는 PER 5.26배라는 숫자를 ‘싸다’는 신호보다는 ‘불신의 크기’를 재는 자로 보고 있습니다.
PER이 낮다는 것은 두 가지로 읽힐 수 있습니다. 하나는 주가가 이익 대비 저평가됐다는 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이 그 이익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해석입니다. 분모에 들어가는 것은 과거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 12개월의 예상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782.5%라는 숫자를 본 투자자가 떠올리는 질문은 “내년에도 이게 되나”입니다. 그 의심이 PER을 5배대로 눌러놓은 쪽에 저는 무게를 둡니다.
그렇다면 이 판단이 틀릴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요. 선행 EPS 1,293.5포인트가 앞으로 몇 주간 유지되거나 더 올라가는데도 주가가 제자리라면, 불신 가설은 약해지고 수급 가설이 힘을 얻습니다. 반대로 실적 눈높이 자체가 깎이기 시작하면 PER은 지금 수준에서도 전혀 싸지 않게 됩니다. 밸류에이션은 분모가 흔들리는 순간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합니다.
진짜 쟁점은 “코스피가 싼가”가 아니라 “누가 사줄 것인가”에 가깝다고 봅니다. 외국인은 197조원을 팔았고, 개인의 대기 자금은 넉 달 만에 21조원 줄었습니다. 밸류에이션이 아무리 낮아도 매수 주체가 비어 있으면 그 상태는 꽤 오래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전망이 아니라 지금 확인되는 구조에 대한 설명이고, 수급은 분기 하나로도 뒤집히는 변수라는 점은 함께 적어 둡니다.
다음 주 달력에서 확인할 것
관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면 방향을 알 수 있느냐입니다. 앞으로 열흘 사이 확인 가능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10월 12일(월) — 사흘 휴장 뒤 국내 증시 재개장. 휴장 동안 쌓인 해외 변수가 한 번에 반영됩니다.
- 10월 14일(현지) —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금리와 달러의 방향을 가르는 이번 주 최대 변수입니다. 이어서 생산자물가지수(PPI)도 나옵니다.
- 10월 중순 — 한국 10월 1~10일 수출입 현황(잠정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실적 눈높이를 지지하는지 보는 첫 단서입니다.
- 10월 27일 —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발표 및 추가 주주환원 규모 공개.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7조원대이고, 2분기 대비 24~28% 증가가 예상됩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8월에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습니다. 2,407만주를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사들이는 계획입니다. 10월 27일에 공개될 추가 주주환원이 이 수급 공백을 얼마나 메우는지가, 대형주 수급을 판단하는 데 실적 숫자만큼 중요하다고 봅니다.
참고로 함께 볼 지표들
지수만 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어 주변 지표도 함께 적어 둡니다. 10월 둘째 주 브리핑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343.19원에서 1,341.47원으로 0.13% 내렸고, 달러지수는 101.93에서 102.23으로 0.30포인트 올랐습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277%에서 5.246%로 3.1bp 내렸고, 2년물도 4.825%에서 4.787%로 3.8bp 하락했습니다. 미국 금리는 내렸는데 국내 금리는 올랐다는 점이 이번 주의 특징입니다.
원자재에서는 금이 온스당 4,194.84달러로 1.25%, 구리가 파운드당 6.7073달러로 2.42% 올랐습니다. 비트코인은 84,518달러에서 82,366달러로 2.55% 내렸습니다. 위험자산 선호가 전반적으로 약해진 한 주였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선행 PER 5.26배는 어느 정도로 낮은 수치인가요?
대신증권은 이 수치를 ‘역사적 저점권’으로 표현했습니다. 다만 절대 수준만으로 저평가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선행 PER은 앞으로 12개월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그 예상치가 하향 조정되면 같은 주가에서도 PER은 다시 올라갑니다.
Q. 삼성전자 실적이 좋은데 주가가 내린 이유가 뭔가요?
보도들은 재료 소멸에 따른 차익실현, 국고채 3년물 금리 상승(3.930%→3.994%), 유가 상승(WTI 90.33→91.00달러)을 함께 짚었습니다. 여기에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겹쳤습니다. 연초 이후 외국인은 삼성전자만 85조 4,990억원을 팔았습니다.
Q. 코스닥은 왜 상대적으로 덜 빠졌나요?
이번 하락이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코스피200 제외 지수가 0.35% 하락에 그친 것과 같은 맥락이고, 의료·정밀기기가 11.99% 오른 것처럼 중소형 테마로 순환매가 들어온 영향으로 보입니다.
Q. 다음 주에 가장 중요한 일정은 무엇인가요?
미국 9월 CPI 발표입니다. 금리와 달러 방향을 좌우하고, 그것이 다시 국내 대형주 수급에 영향을 줍니다. 국내에서는 10월 1~10일 수출입 현황이 반도체 업황을 확인할 첫 단서입니다.
정리하면
코스피는 한 주 동안 377.81포인트(5.39%) 내려 6,625.93포인트로 마감했고, 6월 고점에서는 27.30% 빠진 자리에 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 107조 4,000억원을 발표했고, 그 결과 12개월 선행 PER은 5.26배까지 내려왔습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익은 늘었고 가격은 내렸습니다. 그 간극을 ‘기회’로 볼지 ‘합당한 불신’으로 볼지는 앞으로 나올 지표들이 채워 넣을 몫입니다. 10월 14일 미국 CPI와 10월 27일 SK하이닉스 발표가 그 첫 두 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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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이투데이 [주간증시전망] 코스피 지수, 5%대 하락…美 CPI·수출 지표가 반등 가른다 (2026.10.10)
- 기호일보 [10월 둘째 주 세계경제동향 브리핑] 코스피 5%대 하락…美 증시는 동반 상승 (2026.10.10)
- 핀포인트뉴스 대신증권 “선행 PER 5.26배까지 떨어진 코스피…7700선 탈환 가능성 주목” (2026.10.10)
- 헤럴드경제 [투자360] 미국도 일본도 신났는데…코스피는 고점 대비 -30% (2026.10.09)
- 세계일보 삼성 107조 벌고도 주가 하락…SK하이닉스, 27일 추가 주주환원 규모 공개 (2026.10.09)
본문 도표는 위 참고 자료에서 확인한 수치로 직접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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