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 넘게 급락하며 시장 전체가 공포에 휩싸인 와중에도, 오히려 20%대로 치솟은 종목들이 있습니다. 수산가공식품 ‘크래미’로 유명한 한성기업, 국민 볼펜 ‘모나미’입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이 기업들을 되살린 건 다름 아닌 개인 투자자들의 ‘애국 매수’였습니다. 소비를 넘어 주식 매수로 번진 이 독특한 현상,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요?
1. 무슨 일이 벌어졌나
지수가 하락 압력을 받는 급락장 속에서 한성기업과 모나미는 나란히 장중 20%대 강세를 기록했습니다. 두 종목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최근 상장 유지 요건(시가총액 기준) 강화로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말 기준 두 회사 모두 퇴출 기준선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한성기업은 시가총액 300억원 문턱을 극적으로 넘어섰습니다.
불씨는 한성기업이 유엔 참전용사를 위한 평화음악회를 오랜 기간 후원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붙었습니다. “애국 기업을 돈쭐 내주자”는 소비자 구매 운동이 SNS를 타고 확산됐고, 이 열기가 곧바로 주식 매수로 이어진 것입니다. 매수세가 한성기업 시총 기준을 넘어서자, 다음 타자로 지목된 모나미로 자금이 몰렸습니다.
2. 왜 하필 모나미와 한성기업인가 — 2019년의 데자뷔

이번 흐름을 이해하려면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된 ‘노재팬(NO JAPAN)’ 불매운동에서, 모나미는 일본 문구 브랜드의 대체재로 떠오르며 대표적인 ‘애국 테마주’로 꼽혔습니다. 2019년 7월 2,500원대였던 모나미 주가는 불매운동 열기 속에 크게 뛰었습니다. 이번에도 ‘국민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과거의 패턴이 재현된 것입니다.
송재화 모나미 사장이 SNS를 통해 소비자들의 응원에 직접 화답하면서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습니다. 제품 구매 인증과 주식 매수 인증이 동시에 올라오는 독특한 ‘인증 문화’가 형성됐고, 이는 종목의 단기 수급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3. ‘한국판 밈 주식’인가 — 새로운 주주 행동주의
시장은 이 현상을 두고 ‘밈(meme) 주식의 한국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2021년 미국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게임스톱(GameStop) 같은 종목을 집단 매수했던 것과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국판은 ‘기업을 응원하고 살리자’는 애국·연대 정서가 핵심 동력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릅니다.
흥미로운 배경은 제도 변화입니다. 최근 상장 유지 요건이 강화되면서 시가총액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데, 이 제도가 역설적으로 “우리가 주식을 사서 이 기업을 지키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연대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소비자가 ‘돈쭐’로 기업을 응원하던 문화가, 주주로서 기업을 지키는 ‘주주 행동주의’로 진화한 셈입니다.
💡 애국 테마주, 투자 관점에서 주의할 점
애국 테마주는 실적이나 펀더멘털이 아니라 정서와 수급으로 움직입니다.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열기가 식으면 급락 위험도 그만큼 큽니다. 특히 상장폐지 위기를 넘겼다고 해서 기업의 재무 구조가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4. 지금 뛰어들어도 될까 — 기대와 위험
| 기대 요인 | 위험 요인 |
|---|---|
| 강한 개인 수급과 커뮤니티 결집력 | 실적·재무와 무관한 정서적 급등 |
| ‘제2, 제3의 애국주’로 테마 확산 가능성 | 열기 소멸 시 빠른 차익 실현·급락 |
| 브랜드 인지도에 따른 소비 매출 반등 기대 | 상장폐지 근본 원인(수익성) 미해결 |
| 사회적 관심에 따른 거래량 급증 | 단기 과열에 따른 변동성·손실 리스크 |
과거 2019년 애국 테마주들도 불매운동 열기가 식자 대부분 주가가 원위치로 돌아갔던 전례가 있습니다. 테마가 ‘제2의 애국주’ 붐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그럴수록 뒤늦게 진입한 투자자가 상투를 잡을 위험도 커집니다.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응원하는 ‘소비’와, 손익을 감당해야 하는 ‘투자’는 분명히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5. 정리하며 — 응원과 투자 사이
한성기업과 모나미의 급등은 단순한 테마주 현상을 넘어, 개인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위기에 몰린 국민 기업을 소비와 투자로 함께 지키려는 움직임은 분명 긍정적인 사회적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자본시장은 결국 냉정합니다. 정서로 끌어올린 주가는 정서가 식으면 빠르게 되돌려지기 마련이고, 그 손실은 온전히 뒤늦게 진입한 개인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제품을 사는 것과, 노후 자금이 걸린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반드시 다른 잣대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번 애국 테마주 열풍이 반짝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주주 문화로 자리 잡을지는 열기가 가라앉은 뒤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 애국 매수로 상장폐지를 막으면 그 기업은 안전해지나요?
A. 일시적으로 시가총액 요건을 충족해 퇴출을 면할 수는 있지만, 수익성 등 근본적인 재무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열기가 식으면 다시 기준에 미달할 수 있습니다.
Q. 애국 테마주는 밈 주식과 같은 건가요?
A. 개인 투자자들이 집단으로 매수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애국·연대라는 정서가 동력이라는 점에서 미국식 밈 주식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Q. 지금 매수해도 늦지 않았을까요?
A. 이미 20%대 급등한 상태라 단기 과열 구간일 수 있습니다. 정서적 테마는 변동성이 크므로,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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