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국내 증시는 추석 연휴를 마치고 닷새 만에 문을 열었습니다. 연휴 동안 미·중 정상회담과 미국·이란 관계에서 완화적인 신호가 잇따라 전해졌기 때문에, 재개장 첫날은 밀린 호재를 반영하는 안도 랠리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인 9월 25일 종가 7,080.92보다 191.18포인트(2.70%) 내린 6,889.74로 마감하며 코스피 7000선을 다시 내줬습니다. 호재는 분명히 손에 쥐고 있었는데도 지수는 크게 밀린 하루였습니다. 무엇이 이 낙폭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이 조정이 어떤 성격인지 한국거래소 집계와 이날 마감시황 보도를 근거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종가가 곧 장중 저가였던 하루
이날 코스피는 7,057.86으로 비교적 담담하게 출발했습니다. 장중 고가는 7,065.90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시장은 장 초반까지만 해도 7000선 위에서 버티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지수는 오전 중 낙폭을 키우기 시작해 오후 들어서도 반등의 계기를 잡지 못했고, 장중 저가 6,889.68에서 불과 0.06포인트 위인 6,889.74로 하루를 마쳤습니다.
종가가 사실상 장중 저가와 일치했다는 점은 그냥 넘길 대목이 아닙니다. 보통 급락장에서도 장 막판에는 저가 매수가 들어오면서 어느 정도 되돌림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날은 그 되돌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감 시점까지 매도 압력이 끊기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거래도 한산하지 않았습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21조 8,070억원, 거래량은 2억 1,624만주로 집계됐습니다. 거래가 말라붙은 채 흘러내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돈이 크게 오가는 가운데 밀렸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코스닥은 2.10포인트(0.25%) 오른 846.58로 마감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나라의 두 시장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셈입니다. 이 괴리가 이날 장을 이해하는 핵심 단서인데, 뒤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누가 팔았나: 외국인·기관 4조원대 순매도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으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 2,404억원, 기관은 1조 174억원을 각각 순매도했습니다. 둘을 합치면 하루 만에 4조 2,578억원이 빠져나간 것입니다. 이 물량을 받아낸 쪽은 개인이었습니다. 개인은 2조 6,054억원을 순매수하며 사실상 단독으로 지수를 떠받쳤습니다.

여기에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2조 1,400억원가량의 순매도가 나왔습니다. 프로그램 매도가 이 정도 규모로 출회됐다는 것은 개별 종목에 대한 판단보다 바스켓 단위, 즉 시장 전체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는 매매가 지배적이었다는 뜻입니다. 특정 종목의 악재라기보다 한국 주식이라는 자산군 자체의 비중을 조절한 흐름으로 보는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 구분 | 코스피 | 코스닥 |
|---|---|---|
| 지수(등락) | 6,889.74 (-2.70%) | 846.58 (+0.25%) |
| 개인 | +2조 6,054억원 | +214억원 |
| 외국인 | -3조 2,404억원 | +457억원 |
| 기관 | -1조 174억원 | -745억원 |
※ 한국거래소 2026년 9월 28일 투자자별 매매동향 및 마감시황 보도 종합
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외국인의 행동이 두 시장에서 갈렸다는 점입니다. 코스피에서는 3조원 넘게 팔았지만 코스닥에서는 457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한국 시장 전체를 던진 것이 아니라, 코스피 대형주에 몰린 특정 위험을 줄였다고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습니다.
방아쇠는 미국 국채금리였습니다
이날 하락의 출발점은 국내가 아니라 미국 채권시장이었습니다. 연휴 기간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5.519%까지 올라 200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28일 국내 장중 기준으로도 미국 국채금리는 2년물 4.91%, 10년물 5.21%, 30년물 5.52% 수준에서 움직였습니다.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높은, 이른바 가팔라진 커브가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배경에는 세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첫째, S&P글로벌이 발표한 9월 미국 기업활동 지표가 견조하게 나오면서 경기가 식지 않았다는 확인이 있었습니다. 둘째,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르며 물가 압력이 되살아났습니다. 셋째, 늘어난 정부 부채를 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장기물 수요를 짓눌렀습니다. 그 결과 시장은 연준이 10월에 한 번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높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전 10%대에 불과했던 10월 인상 확률이 최근에는 60~70%대까지 올라왔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과 미국·이란 관계에서 완화적 신호가 나타났지만 미국채 금리 급등이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제한하며 긍정적인 요인을 상쇄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연준은 이미 9월 16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올려 3.75~4.00%로 조정한 상태입니다.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던 시각이 불과 두 달 사이에 뒤집힌 것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먼 미래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함께 올라가고, 그 타격은 성장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된 업종일수록 큽니다. 한국 증시에서 그 업종이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금리 상승은 환율로도 번졌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25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 7.6원 오른 1,365.1원에 마감했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환차손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주식을 계속 들고 있을 유인은 줄어듭니다. 국내 채권시장도 조용하지 않아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4.1%를 넘어섰습니다.
반도체 두 종목이 지수를 끌어내린 구조
업종별로 보면 하락이 어디에 집중됐는지 분명합니다. 전기·전자 업종은 4.46% 내리며 지수 하락률(2.70%)의 거의 두 배를 기록했습니다. 제조업종도 2.59% 하락했습니다. 반대로 장중 기준 건설(3.61%), 화학(2.94%), 오락·문화(2.87%) 같은 업종은 올랐습니다.
종목 단위에서는 더 선명합니다. 삼성전자는 5.43% 내린 27만원, SK하이닉스는 5.05% 내린 176만 8,000원에 마감했습니다. SK스퀘어는 7.56%, 삼성물산은 5.86% 하락했습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3.56%,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49% 올랐습니다. 코스닥에서도 반도체 장비주인 원익IPS가 7.85% 내린 반면 이차전지 소재주인 에코프로비엠은 6.00% 올랐습니다.
반도체에만 추가로 얹힌 악재가 있었습니다. 연휴 중인 9월 25일, 오라클이 미국 뉴멕시코주에 건설 중이던 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관련해 개발사에 ‘불가항력(Force Majeure)’ 통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계약상 해당 부지의 전력 확보는 오라클 책임이었는데, 전력 조달이 지연되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오라클 주가는 그날 3.4% 하락했습니다. 회사 측은 “프로젝트 주피터는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과 고용량 DDR5를 통해 이 증설 사이클에 직접 연결돼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완공이 미뤄지면 메모리 수요 인식 시점도 함께 밀립니다. 금리 상승이라는 거시 악재에 AI 투자 속도 둔화 우려라는 업종 악재가 겹치면서, 시가총액 최상단 두 종목이 동시에 5%대로 빠진 것입니다.
코스피는 -2.70%, 코스닥은 +0.25%: 무엇이 달랐나
한국면세뉴스 마감시황 집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에서 오른 종목은 611개, 내린 종목은 249개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오른 종목이 두 배 이상 많았는데도 지수는 2.70% 빠졌습니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산출되는 지수에서 상위 몇 종목의 낙폭이 나머지 600개 종목의 상승을 통째로 덮어버린 것입니다.
코스닥이 버틴 이유도 같은 논리로 설명됩니다. 코스닥은 애초에 금리와 AI 데이터센터 사이클에 직접 노출된 초대형 반도체주가 없습니다. 이날 코스닥에서는 항암 신약 관련 소식이 전해진 HLB가 상한가로 치솟았고, 이차전지·바이오 쪽으로 자금이 옮겨 갔습니다. 외국인이 코스닥에서만 457억원을 순매수한 것도 이 흐름과 맞물립니다.

정리하면 이날 장은 ‘한국 증시 전체가 무너진 날’이 아니라 ‘금리에 민감한 초대형 성장주가 무너진 날’에 가깝습니다. 지수 하나만 보고 시장 전체를 판단하면 오히려 실제로 일어난 일을 놓치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볼까
개인적으로 이날 하락에서 가장 무겁게 본 숫자는 지수 등락률이 아니라 오른 종목 611개와 내린 종목 249개라는 대비입니다. 시장의 폭(breadth)은 오히려 긍정적이었는데 지수는 급락했다는 뜻이고, 이는 이번 조정이 한국 기업 전반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을 의심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팔린 것은 한국 주식이 아니라 ‘금리에 비싼 값을 치르고 있던 자산’이었다고 읽는 편이 사실에 부합해 보입니다.
진짜 쟁점은 따로 있습니다. 미국 30년물 금리가 2004년 이후 최고치라는 사실은 단순한 뉴스 헤드라인이 아니라, 지난 20년간 주식 밸류에이션을 떠받쳐 온 저금리라는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연준이 10월에 실제로 금리를 한 번 더 올리고 장기물 금리가 5%대 중반에 고착된다면,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실적이 좋아지더라도 예전만큼 후한 평가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날 하락의 성격은 ‘실적 훼손’이 아니라 ‘멀티플 재조정’에 가깝습니다. 이 둘은 회복 경로가 완전히 다릅니다.
물론 이 판단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분명합니다. 첫째, 금리 급등의 상당 부분이 유가 상승에서 왔다면 에너지 가격이 진정되는 순간 금리도 빠르게 되돌려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날 낙폭은 과했던 것으로 판명될 것입니다. 둘째,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지연이 개별 프로젝트의 전력 인허가 문제에 그친다면 HBM 수요 자체는 훼손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SK하이닉스에 대해 HBM 품질 문제와 해외 공장 투자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20만원을 유지했습니다. 시장의 공포와 업종 애널리스트의 판단이 이만큼 벌어져 있다는 점 자체가, 지금 국면이 사실 확인보다 심리가 앞서 있는 구간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 수급에 기댄 반등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개인이 하루 2조 6,000억원을 받아낸 것은 지수 방어에는 도움이 됐지만, 외국인·기관의 4조원대 매도가 며칠 더 이어질 경우 개인 자금만으로 계속 받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수급의 주도권이 어느 쪽으로 넘어가는지를 등락률보다 먼저 확인하려 합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표와 일정
당장 시장의 방향을 가를 재료는 대부분 미국에서 나옵니다. 아래 일정들이 금리의 다음 방향을 결정하고, 그 금리가 다시 코스피 7000선 회복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입니다.
| 시점 | 확인할 것 | 왜 중요한가 |
|---|---|---|
| 10월 2일 | 미국 9월 고용지표 | 고용이 견조하면 인상 확률이 더 올라갑니다 |
| 10월 14일 |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 에너지발 물가 압력의 실체를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
| 10월 FOMC | 기준금리 결정 | 현재 시장은 추가 인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
| 상시 | 미 30년물 국채금리 | 5.5% 위 고착 여부가 대형 성장주 밸류에이션을 좌우합니다 |
| 상시 | 원·달러 환율 1,365원선 | 추가 상승 시 외국인 순매도 압력이 커집니다 |
국내에서 볼 것
국내 변수로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1%를 넘어선 흐름이 이어지는지, 그리고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가 하루짜리 이벤트로 끝나는지를 보려 합니다. 외국인이 코스닥에서는 순매수를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 대형주 매도가 멈추는 시점이 곧 지수 반등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매도가 며칠 더 누적된다면 6,800선 아래에서 새로운 지지선을 찾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코스피 7000선이 무너진 것이 처음인가요?
아닙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날 하락을 “3거래일 만의 7000선 붕괴”로 전했습니다. 최근 지수가 7000선을 사이에 두고 오르내리는 구간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심리적으로 큰 숫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이 유일하거나 결정적인 붕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 미·중 완화 신호라는 호재가 반영되지 않았나요?
호재가 반영되지 않았다기보다, 같은 기간에 더 큰 악재가 나왔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무역 관련 완화는 기업 이익에 중장기적으로 작용하는 재료인 반면, 국채금리 급등은 밸류에이션에 즉각 반영되는 재료입니다. 반영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하루 단위 주가에서는 금리가 이겼습니다.
개인이 2조 6,000억원을 샀다는 건 좋은 신호인가요?
양면이 있습니다. 하락 국면에서 매수 주체가 존재한다는 점은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개인 순매수만으로 외국인·기관의 지속적인 매도를 흡수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수급 주체의 방향이 바뀌는지가 더 중요한 확인 포인트입니다.
반도체주 하락은 실적 악화 때문인가요?
이날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실적 발표가 아니라 금리와 AI 데이터센터 증설 일정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다만 데이터센터 완공 지연이 길어지면 메모리 수요 인식 시점이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실적 전망과 아예 무관한 이슈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마무리
9월 28일 코스피는 호재를 쥐고도 2.70% 내렸습니다. 원인은 국내가 아니라 연휴 동안 미국 채권시장에 쌓인 압력이었고, 그 압력은 시가총액 최상단의 반도체 두 종목을 통해 지수에 집중적으로 전달됐습니다. 오른 종목이 내린 종목의 두 배가 넘었는데도 지수가 급락한 날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조정은 시장 전체의 체력 문제라기보다 금리 환경 변화에 대한 가격 재조정의 성격이 강해 보입니다. 다만 그 재조정이 어디에서 멈출지는 앞으로 나올 미국 고용·물가 지표와 10월 FOMC가 말해줄 것입니다. 숫자를 확인하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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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파이낸셜뉴스 칠천피 또 붕괴…금리 부담에 삼전닉스 급락 [fn마감시황] (2026.09.28)
- 이투데이 대외 호재 삼킨 미국채 금리 급등…코스피, 6880선 마감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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