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로 국내 증시가 멈춰 있는 사이, 조용하지만 무거운 숫자 하나가 나왔습니다. 한국거래소가 9월 25일 집계해 공개한 코스닥 상장폐지 현황입니다. 올해 시가총액 기준을 채우지 못해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코스닥 상장사가 이미 8곳이고, 다음 달 중순부터는 수십 곳이 한꺼번에 첫 판정을 받습니다.
지수만 보면 시장은 나쁘지 않습니다. 연휴 직전 마지막 거래일인 9월 23일 코스피는 63.01포인트(0.90%) 오른 7,080.92, 코스닥은 8.21포인트(0.98%) 오른 844.48에 마감했습니다. 지수는 오르는데 같은 시장 안에서 수십 개 종목이 퇴출 시계를 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무슨 규칙이 어떻게 바뀌었고, 어떤 숫자가 걸려 있으며, 이 제도가 시장에 무엇을 남기는지를 확인한 자료 그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미 확정된 8곳 — 이름부터 확인합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올해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코스닥 상장사는 스팩(SPAC)을 제외하고 8곳입니다. 코이즈, 원풍물산, 신라에스지, 케이엠제약, 골드앤에스, 수성웹툰, 에이에프더블류, 세진티에스가 그 명단입니다. 여덟 곳 모두 최근 석 달 사이에 결정이 몰렸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사유입니다. 과거 코스닥 퇴출의 대표적 사유는 감사의견 거절, 자본잠식, 횡령·배임 같은 이른바 사고형 사유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8곳은 회계 사고나 부도가 아니라 시가총액이 기준선을 밑돌았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상장폐지의 문법 자체가 바뀐 셈입니다.
회사가 망해서 퇴출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값이 안 매겨져서 퇴출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40억에서 200억으로 — 규칙이 바뀐 경위
배경을 짚어보겠습니다. 코스닥 상장유지 시가총액 기준은 오랫동안 40억원이었습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수준이었습니다. 정부와 거래소는 좀비 기업을 걸러내고 시장의 질을 높이겠다는 밸류업 기조 아래 이 기준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올해 초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한 번 올렸고, 7월부터 다시 200억원으로 상향했습니다.
여기에 7월부터는 주가 1,000원 미만, 이른바 동전주 퇴출 규정이 새로 붙었습니다. 시가총액이 아무리 커도 주가가 1,000원을 밑돌면 별도로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됩니다. 시가총액 요건과 주가 요건이 각각 따로 작동하기 때문에, 한 종목이 두 개의 퇴출 시계를 동시에 차고 있는 상황도 생깁니다.
판정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 단계 | 시가총액 요건 | 주가(동전주) 요건 |
|---|---|---|
| 관리종목 지정 | 30거래일 연속 시총 200억원 미만 | 30거래일 연속 종가 1,000원 미만 |
| 상장폐지 결정 |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기준 회복 실패 |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1,000원 회복 실패 |
| 첫 판정 시점 | 2026년 10월 중순 | |
핵심은 마지막 줄입니다. 7월 제도 시행 직후 관리종목으로 묶인 기업들이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이라는 요건의 첫 심판대에 오르는 시점이 바로 다음 달 중순입니다. 제도가 만들어 놓은 타이머가 10월 중순에 처음 울리는 셈입니다.
53곳이라는 숫자의 구성

월요경제가 한국거래소 자료를 정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코스닥에서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은 31곳, 주가 1,000원 미만으로 지정된 기업은 30곳입니다. 두 요건에 모두 걸린 기업이 8곳이므로 중복을 제거하면 53개사가 됩니다. 이들이 10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판정을 받습니다.
두 요건에 동시에 걸린 8곳은 신라섬유, E8, 형지글로벌, 썸에이지, 바른손이앤에이, 비케이홀딩스, 아이스크림에듀, 형지I&C입니다. 시총도 작고 주가도 1,000원을 밑돌기 때문에 탈출 난도가 가장 높은 그룹입니다.
집계 시점에 따라 숫자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한국경제가 전한 거래소 집계 기준으로는 지난달 12일 이후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새로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가 17곳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7월 제도 시행부터 9월 4일까지 누적으로 집계한 수치는 시총 미달 38곳, 주가 미달 30곳, 중복 8곳을 제외하면 60곳입니다. 어느 기준으로 세든 수십 곳 단위라는 점은 같습니다.
범위를 넓히면 숫자는 더 커집니다. 동전주 요건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은 코스닥 30곳 외에 코스피에도 15곳이 있습니다.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이 된 상장사는 코스피에도 13곳이 있습니다. 코스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거래소가 보는 최종 규모는 더 큽니다. 한국거래소는 올 하반기 시가총액 기준 강화로 코스닥에서만 50개사 안팎이 상장폐지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넥스 이전상장으로 방향을 트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코스닥 간판을 내리는 회사는 그보다 늘어날 수 있습니다.
액면병합 220곳의 역설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많이 쓴 카드가 액면병합(주식병합)입니다.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격을 끌어올리면 1,000원 미만이라는 요건을 즉시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9월 4일까지 주식병합을 결정한 상장사는 220곳입니다. 지난해 15곳이었으니 약 14.7배로 늘었습니다. 감자를 결정한 기업도 65곳에 이릅니다. 제도 하나가 시장 전체의 자본거래 지형을 바꿔놓은 것입니다.

문제는 효과입니다. 변경상장 직후에는 154곳(97.5%)이 주가 1,000원을 넘겼습니다. 숫자만 보면 성공입니다. 그런데 20거래일이 지나자 이 가운데 17곳(13.7%)이 다시 1,000원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주가수익률 중간값은 병합 후 5거래일에 -8.2%, 20거래일에 -24.2%, 60거래일에 -25.4%로 시간이 갈수록 더 밀렸습니다.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올리는 것은 계산상의 조정일 뿐, 기업 가치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20거래일 뒤 중간값 -24.2%라는 수치가 그 한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자본시장연구원 안유미 선임연구원은 액면병합 실시 기업의 변경상장 이후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사례가 상당수 나타난다며, 주식구조 변경만으로는 상장폐지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관리종목 60곳 가운데 주식병합을 실시한 곳은 10곳에 그쳤습니다. 나머지는 유상증자, 감자, 자기주식 취득, 법적 대응, 코넥스 이전상장 같은 다른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흑자인데 퇴출 사정권에 있는 기업들
이 제도를 두고 논란이 큰 이유는 재무 상태와 시장 가격이 따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시장가격 요건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59곳을 뜯어본 결과, 52곳(88.1%)은 자본잠식이 없었습니다. 이 가운데 11곳(18.6%)은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흑자, 영업활동현금흐름 흑자를 동시에 충족했고, 7곳은 올 상반기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국일신동은 올 상반기 매출이 18.1% 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나란히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패션플랫폼은 상반기 연결 매출 573억원, 영업이익 73억원으로 각각 14.9%와 188.9%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흑자였습니다. 실적표만 보면 퇴출을 걱정할 회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사정권에 들어온 배경에는 올해 국내 증시의 극단적인 쏠림이 있습니다. 문화일보가 한국거래소 자료를 정리한 바에 따르면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상반기 13조 6,396억원에서 7~8월 6조 546억원으로 55.6%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닥 평균 종가도 1,083.58에서 803.54로 25.8% 내렸습니다. 2023년만 해도 코스피 9조 5,000억원, 코스닥 10조원으로 비슷했던 일평균 거래대금 격차가 올해는 3배까지 벌어졌습니다.
돈이 반도체와 대형주로 몰리는 동안 중소형주는 거래 자체가 마르면서 시가총액이 눌렸습니다. 회사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시장 구조 때문에 기준선 아래로 내려앉을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문화일보 보도 기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상장사 149곳 가운데 45곳(30.2%)이 흑자 기업이었습니다.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이 제도를 어떻게 봐야 할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저는 방향 자체는 필요했다고 보는 쪽입니다. 상장유지 기준 40억원은 사실상 아무도 걸러내지 못하는 문턱이었고, 거래가 거의 없는 껍데기 종목이 시장에 남아 있으면 그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재료가 됩니다. 기준을 올린다는 결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진짜 쟁점은 기준선의 높이가 아니라 판정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도는 시가총액과 주가라는 시장 가격 지표 하나만 봅니다. 그런데 올해처럼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쏠려 코스닥 거래대금이 반토막 난 국면에서는, 시장 가격이 기업 상태보다 수급 구조를 더 크게 반영합니다. 88.1%가 자본잠식 없이 관리종목에 들어왔다는 숫자는 그 괴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읽힙니다.
기업들이 택한 액면병합이라는 대응도 이 괴리를 확인시켜 줍니다. 220곳이 주식 수를 줄였고 97.5%가 일단 1,000원을 넘겼지만, 20거래일 뒤 중간값 수익률은 -24.2%였습니다. 요건은 피했는데 주가는 더 빠졌다는 뜻입니다. 제도가 기업의 체질 개선이 아니라 형식 요건 회피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대목이라고 봅니다.
물론 제 판단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분명합니다. 만약 10월 중순 판정에서 실제 퇴출 기업이 거래소 전망치인 50곳보다 크게 적게 나오고, 퇴출 대상 대부분이 실적도 부진한 기업으로 확인된다면 제도는 의도대로 작동한 것이 됩니다. 또 퇴출 이후 코스닥 거래대금이 남은 종목으로 재분배되면서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개선된다면, 지금의 진통은 과도기 비용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10월 중순 결과를 제도의 성패를 가늠하는 첫 데이터로 보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더 현실적인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입니다.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결정은 공시로 나오지만, 30거래일 연속이나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같은 요건은 개인이 매일 계산해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소액주주가 상황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거래정지 이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코넥스 이전상장에 대해서도 코넥스가 투자자 관심을 많이 받는 시장이 아니어서 상장폐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대안이 대안 구실을 못 한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확인할 일정과 지표
- 9월 28일 개장 — 추석 연휴 뒤 첫 거래일입니다. 나흘간 쌓인 대외 변수가 한꺼번에 반영되는 날이라, 소형주 주가가 1,000원선과 시총 200억원선을 어떻게 지나는지가 판정 기간 일수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 10월 중순 첫 판정 — 강화된 기준에 따른 45거래일 연속 충족 여부를 처음 따지는 시점입니다. 실제 상장폐지 통보가 몇 건 나오는지가 올해 남은 기간 코스닥 소형주 투자심리를 좌우할 가능성이 큽니다.
- 액면병합·감자 공시 — 10월 판정을 앞두고 추가 공시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본 통계상 병합 이후 20거래일 수익률 중간값은 -24.2%였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 2027년 7월 300억원 기준 — 시가총액 기준은 300억원까지 올라갈 예정입니다. 당초 2027년 1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2027년 7월로 연기됐습니다. 기준선이 다시 올라가면 대상 기업은 지금보다 늘어납니다.
- 코스닥 거래대금 — 7~8월 일평균 6조 546억원이 회복되는지가 관건입니다. 거래대금이 돌아오지 않으면 기준선을 아무리 조정해도 시가총액 미달 기업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리종목에 지정되면 바로 상장폐지되나요?
아닙니다. 시가총액 요건의 경우 30거래일 연속 200억원을 밑돌면 우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그 이후 90거래일 가운데 45거래일 연속으로 기준을 회복하지 못했을 때 상장폐지가 결정됩니다. 지정과 결정 사이에 회복할 시간이 주어지는 구조입니다.
동전주 요건은 시가총액 요건과 무엇이 다른가요?
판단 기준이 시가총액이 아니라 주가입니다. 30거래일 연속 종가가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으로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합니다. 두 요건은 별개라서 한 종목이 양쪽에 모두 걸릴 수 있으며, 현재 코스닥에서 8곳이 그런 경우입니다.
흑자 기업도 상장폐지될 수 있나요?
제도상 가능합니다. 이번 요건은 실적이 아니라 시장 가격을 봅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시장가격 요건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59곳 중 52곳(88.1%)은 자본잠식이 없었고, 11곳은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흑자, 영업현금흐름 흑자를 동시에 기록했습니다.
액면병합을 하면 퇴출을 피할 수 있나요?
일시적으로 요건을 피할 수는 있지만 지속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변경상장 직후 154곳(97.5%)이 1,000원을 넘겼지만, 20거래일 뒤 17곳(13.7%)은 다시 1,000원 아래로 내려왔고 주가수익률 중간값은 -24.2%였습니다.
보유 종목이 상장폐지되면 주식은 어떻게 되나요?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정리매매 기간에 매도할 기회가 주어지고, 그 이후에는 장외에서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코넥스로 이전상장하는 경우 주식은 남지만 거래는 코스닥보다 훨씬 한산해집니다. 관리종목 지정 공시와 거래소 공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준은 앞으로 더 올라가나요?
예정돼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유지 시가총액 기준은 300억원까지 상향될 계획이며, 시행 시점은 2027년 7월로 연기된 상태입니다.
참고 자료
- 한국경제 시총 기준 강화로 코스닥서 8개 종목 퇴출…추가 상폐 우려도 (2026.09.25)
- 문화일보 동전주 투자 주의…시총 미달 상폐, 코스닥서 속출 (2026.09.25)
- 월요경제 실적 좋아져도 시총·주가 못 버티면 상폐 위기…코스닥 53곳 퇴출 시계 (2026.09.25)
- 뉴시스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주식병합 러시…14% 다시 동전주로 (2026.09.25)
- 시사저널e 코스닥 8개사 퇴출,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기업들 생존전 (2026.09.25)
- 문화일보 코스닥 거래대금 상반기 13조에서 7~8월 6조로 반토막 (2026.09.01)
- 비즈니스코리아 [마감 시황] 코스피, 반도체·대형주 견인 속 7,080선 안착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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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도표는 위 참고 자료에서 확인한 수치로 직접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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